읽고 쓰고 말하자 - '창문 너머 어렴풋이' 편

 

 

"기억은 자라나고, 다시 흩어진다. 기억이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내 창을 두드리면 나는 반갑게 그 기억을 맞이한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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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어렴풋이'라는 책은 작가이자 번역가인 신유진의 에세이이다. 기억과 빛이라는 주제로 쓰인 책이다.  이 책은 시각을 중심으로 유독 자신이 보는 것, 보이는 것에 대해 쓰인 책이다.  작가의 시각은 자신의 집에 있는 두 개의 창으로 시작된다.  바로 들판과 숲이 보이고 빛이 잘 들어오는 남쪽의 창과 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하여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서향 창. 어쩌면 어둠은 보이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러한 어둠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어둠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둠은 보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자.

 

작가의 본다는 행위는 기억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기 위해 무언가를 기록하고 되새기는 것은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 또는 잃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기록하는 건 제대로 보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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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보이고 기억을 볼 수 있는 창과 빛이 들어와 그런 빛의 흔적을 남기는 창. 작가의 기억은 창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창은 우리가 작가의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와 같은 역할이다. 그런 작가는 우리가 편안하게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한 의자를 마련해 두었다.  의자의 앉아 창 너머의 것들을 내다보면 작가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공통점을 찾기도 하고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추억들이 피어오르기도 하였다. 또한 글자에서 목소리, 냄새, 사람 그때의 계절이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하면서 또 고요한 전개 방식이 여유를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어둠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유독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책에서는 검은빛이라고 부른다.  화산처럼 뜨겁게 터지고, 상처 입고, 식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어둠을 귀히 여기며 그저 괜찮다며 위로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도 마음속 창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작가의 창문 너머 기억을 통해 나의 창문을 인지한다는 것이 작가가 정말 원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내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또 느끼면서 비로써 나를 인지하는 것. 사람들은 너무 자신에게만 갇혀 있다.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고요한 방에서 그저 '나' 밖에 모르는 사람보다는 작더라도 좋으니 창문을 하나 내어 그런 창문 밖을 내다보며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 또한 내다볼 줄 아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작게 낸 창이 점점 커져 더 많은 기억을, 더 많은 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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