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름의 6월 말, 사소한 것들

'너 진짜 제주에 있는 거야, 종강하자마자?'

한 친구의 종강 파티를 하자는 전화가 왔다.
그때 나는 제주 여행 중이었다.
두 번째로 나의 제주 여행
제주는 늘 나를 가벼워지게 해 준다.
내가 갔을 때 제주는 장마철이었지만 ...
두 번째 제주 여행은 미리 기획 없이 인터넷에서 종강과 다른 스케줄 마친대로 그다음 날로 표를 예매해 놨다. 그래서 비가 올 줄 모른 채 떠나고 ...

짠티민짱
짠티민짱

가는 동안 2~3일 계속 비가 오고 또 오고 심지어 폭풍 경고 문자까지 받았다. 이곳저곳 어디에 갈지 무슨 일을 할지 미리 플랜을 세우는 사람에게 진짜 극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유를 찾으러 온 자유로운 영혼이라 밖에 내린 비의 풍경을 나름대로 즐겼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의 경치가 나쁘지 않았다. 4층이라 멀리 있는 바다를 볼 수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가끔 모두가 하얀색처럼 얼보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빗소리에 빠진 채로 밖에 있는 사소한 것들을 자세히 구경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었다.

주변 숙소들의 옥탑에서 바람과 맞서는 타프와 여러 개의 조명,

 튼튼해 보이지만 강풍에 흔들려지는 높은 나무들,

우비를 입는데 옆 사람의 우산을 빼앗으면서 장난을 치는 친구들 ...

모두 나처럼 각자 방식대로 비를 즐기고 있었다. 

'비가 온 후 무지개가 뜨다.'
그다음 날 비가 멈추고 날씨가 맑아졌다.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전날 저녁에 제주에 있는 한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핸드폰에 뜨는 일기 예보를 확인했는데 비가 계속 올 것 같으니 내일 그래도 비가 그친다면 내가 연락해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당시 제주에 남은 내 시간은 3일 밖에 없었고 그 친구의 이번 주의 유일한 휴일이었다.
친구와 연락하고 나가기 전에 남은 시간은 뭘 할지 생각하던 중 숙소에 며칠 머물렀는데 여기에 있는 정원을 위에서 내려 보기만 하지 직접 구경하지는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 본다.

비가 온 후, 햇빛 밑에서 마당 구석 한쪽에 누워 있는  파란 물줄기

짠티민짱
짠티민짱

주변 여러 가지 꽃 중에 혼자 활짝 핀 푸르무레한 한 수국

짠티민짱
짠티민짱

나를 보고 '햇볕을 받아야 잘 자라요'라고 말하고 있는 식물들

짠티민짱
짠티민짱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멍멍이

짠티민짱
짠티민짱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그때 뭐가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나 싶은 의문이 든다.

하얀 멍멍이는 좀 더 있다가 두 친구를 불러와서 뛰어다니면서 장난을 치느라 나를 그만 쳐다봤다. 그의 두 친구도 하얀색이지만 조금 더 퉁퉁하다. 두 친구는 마당에 놀기만 하고 나를 스쳐보기만 하지 누려 보지는 않았다. 

초록 초록한 식물들과 하얀 멍멍이의 세 친구 덕분에 나에게 좋은 하루의 그림을 완성하기에 크게 부여해 줬다. 정원에 조금 더 있다가 30분 후에 방에 올라가서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를 준비했다. 이후 숙소에 남은 시간 동안 아침마다 마당에 내려가서 하루의 편안함으로 시작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