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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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프린세스 바리는 박정윤 작가가 2012년에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서서히 우리 소설사의 중심에서 사라져간 밑바닥 삶을 성공적으로 귀환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2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에 꼽히기도 한 작품이다. 여기서 이 혼불 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려 전주문화방송이 제정한 문학상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무속 신화인 바리공주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일곱 번째도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데기가 병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서천서역국으로 약초를 찾아 떠난 이후 무조신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원전을 기반으로 재창작한 소설 프린세스 바리의 줄거리는 세상사에 대해 무지한 ‘바리’가 자신과 똑같이 사회의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자살자를 편안한 죽음으로 인도해 준다는 내용이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인천 변두리 수인선 철도 근처 하층민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바리’는 일곱 번째도 딸이라는 이유로 낳자마자 버려져, 자신을 받은 산파와 함께 살아간다. 이후 산파는 직업여성들의 유산과 죽음을 인도해 주는 일을 하며 바리를 키운다. 하지만 어느 날 췌장암에 걸리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비법을 바리에게 전수해 주게 되고, 바리는 이날 이후로 자살자들의 죽음을 편안히 인도해 주는 죽음 안내자가 된다.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때론 살아내는 것보다 죽음이 더 편안한 길일 수도 있다는 대사가 나왔는데, 바리는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구원자가 되어준 것이다.

출처- 김연주
출처- 김연주

원전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면 본래의 무속 신화 바리공주에서는 당대 윤리의식인 를 강조했지만 소설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 저변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조명한다. 그리고 신화에서의 주인공은 헌신적이고 속박적인 것에 비해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보편적인 세상의 규범이나 가치가 아닌 오로지 본인의 본능적인 감각만을 따르는 인물로 그려졌다. 또한 신화 속 바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생환의 상징이라면 소설에서의 바리는 현실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인도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신화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바리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신화에서는 바리가 약초로 죽은 아버지를 살렸다면, ‘프린세스 바리의 바리는 독초로 세상사에 고통을 겪는 자살자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신화에서의 바리는 사람을 살리는 것 비해, 소설에서의 바리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렇듯 신화를 모티프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찾아보면 굉장히 많은데, 원전과는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그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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