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다 못해 쏟아지고 있다. 이 지역엔 몇 주째 비가 내리는 중이다.

 

"젠장"

 

릴라의 기분도 이 도시의 날씨와 같다. 어쩌면 릴라의 기분이 날씨에 반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언스플래쉬
@언스플래쉬

 

릴라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습한 기운도, 걸을 때마다 추적거리는 느낌도, 빗물에 우산을 써도 어깨나 종아리가 젖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점 들 때문에 릴라는 비를 싫어한다.

 

물론 릴라도 비의 좋은 점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릴라는 에어컨이 틀어진 시원하고 쾌적한 방에서 창밖으로 비 내리는 모습을 보며 빗소리를 듣는 것은 좋아한다. 하지만 그걸 하루 종일 몇 주째 듣고 싶다고 바랬던 적은 없다.

 

"젠장!"

 

릴라는 침대에 다리만 올리고 바닥에 누운 채 정확히 15번째 젠장을 외치고 있는 중이다. 눈과 손으로는 인스타를 보면서.

 

자신이 인스타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일상과 자신의 일상을 비교하며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사실을 릴라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를 보지 않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모르고,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니 인스타를 안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핑계라는 것도 '' 알고 있다.

 

릴라는 그저, 기분이 나쁘다. 딱히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밖은 몇 주째 비가 내리고 있고, 비가 내리니 어디 나갈 수가 없고, 집에만 있으면서 릴라가 한 일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었다. 이것 말고는 딱히 없다는 것이 기분이 나쁜 문제이다. 이유를 조금만 더 이야기해 보자면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릴라는 이런 일상이 싫지 않았다.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삶을 만족스러워할 때도 있었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등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조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인스타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인스타 속 사람들은 다들 비가 와도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릴라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들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릴라의 기분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이다.

 

릴라는 지금 물에 빠진 것만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헤엄을 쳐야 할 것 같은데, 헤엄을 치고 싶은 마음도 없고. 헤엄을 칠수록, 발버둥 칠수록 점점 가라앉는 느낌이다. 물 밖으로 헤엄쳐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릴라는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다.

 

릴라도 이런 기분으로 있고 싶지는 않다. 달리고 싶고, 헤엄치고 싶다. 그런데 무엇을 하고 싶다는 강한 마음은 또 없다. 게다가 아무거나 시도해 보면서 발버둥 치고 싶지도 않다.

 

@언스플래쉬
@언스플래쉬

 

릴라는 지금 혼란스럽다.

 

", 안되겠어. 우선 어디든 나가야지. 이렇게는 안돼"

 

나가겠다고 말을 마친 뒤 외출 준비를 끝내는 데까지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중 20분을 방문을 열고 나가 핸드폰을 만지며 뒹굴 거리는데 쓴 걸 생각하면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릴라는 아직 집이다. 강하게 밖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릴라는 갈 곳이 없다. 아니, 릴라를 받아줄 곳이 어디인지를 릴라는 알 수 없다. 현관을 바라보며 서 있던 릴라는 결국 신발을 신지는 못했다.

 

창밖엔 아직도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그땐 릴라가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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