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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깨어날 수 없는 꿈을 꾼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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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뭐든 도전해 보는 돌진형, 도망가는 회피형. 나는 후자에 속했다. 내가 도망가는 방법은 단순했다. 눈을 감는 것. 눈을 감는 건 내가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감았을 때 보이는 어둠은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누군가는 두려워할 칠흑 같은 어둠이 나에게는 빛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또 도망쳤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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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아름다운 별들의 호수, 우주였다.

이게 과연 말이나 되는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광경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주는 어둡고, 조용하고, 아름다울 만큼 또 적막했다. 이곳에서 나는 숨을 쉴 수 있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여기서는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어. 날개 따윈 중요하지 않아. 네가 주인공이니까.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광활한 우주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여기는 모든 게 내가 중심인 것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달 토끼나 외계인과 같은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의 연속에 나는 몇 번이나 무너지는 심장을 부여잡아야 했다.

수많은 행성들의 행렬, 그런 나는 지나가는 이름 없는 달에 살포시 착륙했다.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달이 어쩐지 슬프게만 보인다. 이름이 있는 명왕성조차 버려졌는데, 이름 없는 달이 기억될 리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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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들었다. 나는 눈을 떴고,  보이는 건 내 방 천장이었다. 시간이 흘러  오후 5시를 막 지나고 있었고, 밖은 해가 질 듯 말 듯 저녁노을이 보였다.

어라, 내 방이 이렇게 생겼던가? 창문은? 침대는?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평범하고 익숙한 내 방이 이상하게도 비현실적이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눈앞에는 아까 보던 우주라 아른거렸다. 꿈이었던가? 그게 꿈이든 뭐든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감고 우주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아, 백일몽이었구나. 나는 어리석은 몽상가였구나.

 

그 후로 밖을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깨어난다는 게 오히려 내겐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만든 현실보단 내가 직접 만든 꿈속이 더 좋아서, 그래서 계속해서 꿈을 꾸려고 했다. 나는 점점 침대 밖을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렇게 완전히 이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내 꿈이 현실이 아닐까?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현실이 사실은 꿈이 아니었을까?

맞아, 내가 오해하고 있던 거였어.  난 그동안 긴 꿈을 꾼 거야.

드디어 현실로 돌아갈 기회가 왔어.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일기를 쓰자.

누군가 나처럼 도망치고 싶을지 모르잖아.

 

내가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 3가지

1. 눈을 감는다.

2. 내가 바라는 것들을 꿈꾼다.

3. 그렇게  계속해서 깨어날 수 없는 꿈을 꾼다.

 

백일몽이란?

: 한낮의 꾸는 꿈이라는 뜻으로, '헛된 공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나 소원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여 얻으려는 심리적 도피기제를 우리는 백일몽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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