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remier League
출처: Premier League

 축구 전술 트렌드는 날이 갈수록 바뀌고 있다. 롱 볼을 뿌려주는 영국식 축구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대표적인 트렌드 중 하나다. EPL의 경우 아르센 벵거가 아스날 부임 이후 보여준 '벵거볼'이 있기는 했지만 영국 축구 특성상 선 굵은 축구가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을 깬 팀이 있었는데 바로 2011-12 '스완셀로나'라는 별명으로 불린 스완지 시티다.

 브랜든 로저스가 이끄는 스완지는 승격팀의 돌풍을 보여주며 다른 팀들에게 좋은 참고가 됐다. 로저스 역시 잉글랜드 감독이었지만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축구 유학을 하며 점유율 축구와 토탈사커를 배웠다. 그에게 선 굵은 전술 색채가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의 확고한 전술 철학으로 스완지를 EPL로 승격시킨 로저스는 다른 중하위권 팀과는 다르게 수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공격적인 점유율 축구를 하며 리그를 11등으로 끝마쳤다.

출처: Vital Swansea
출처: Vital Swansea

 EPL 승격 후 로저스는 많은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승격에 공헌한 기존 선수들을 주로 기용했다. 선수들의 역할부터 먼저 하나하나 소개하자면 GK 미셸 포름은 넓은 커버 범위로 빌드업에 관여한다. 사이드 백 닐 테일러, 앙헬 랑헬은 많이 전진하지 않고 필요 상황에 공격에 가담해 얼리 크로스를 올리는 형태다. 센터백은 애슐리 윌리엄스, 스티븐 코커가 도맡았다.

 그리고 스완지의 핵심 파트는 중원인데 레온 브리튼, 케미 아구스틴, 조 앨런이 주축이 됐다. 로저스 축구에서 중원은 롱 볼을 막 시도하거나 하지 않는다. 공을 소유하고 안 뺏기는 모습이 필요하다. 롱 볼이 필요할 때는 볼란치의 레온 브리튼이 역할을 담당한다. 수비 보호와 양측면 전환이 자주 이루어지는 포지션이다.

 이 중에서도 앨런은 로저스가 리버풀 부임 후에도 바로 데려갈 정도로 전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짧은 패스 성공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아구스틴은 투박하지만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중원 싸움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

 스완지의 돌풍을 이끈 건 공격진의 빠른 발과 날카로움이 한몫을 했는데 윙어 스콧 싱클레어, 네이선 다이어가 상대 수비를 흔들면 원톱 대니 그레엄이 마무리하는 형태다.

 결론적으로 스완지 수비 및 공격 형태는 4-3-3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테일러, 앙헬이 센터백보다 약간 앞선 위치에서 공격 작업을 돕고 공을 이어받은 싱클레어, 다이어가 상대 수비 힘을 빼놓은 뒤 그레엄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중원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의 무리한 압박이나 균열을 노린다.

출처: Daily Record
출처: Daily Record

 이 시즌 스완지는 38경기 12승 11무 15패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리그 11등을 기록했다. 중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성적이지만 8등 리버풀과 승점 차이는 5점밖에 나지 않았다. 득점은 44골로 비교적 부족했지만 실점은 51골로 49골의 3등 아스날과 2골 차이다. 비록 시즌이 끝나고 로저스는 리버풀 감독이 됐지만 다음 시즌 스완지는 로저스가 남기고 간 색채를 토대로 리그 9등을 했고 캐피탈 원 컵에서 우승해 유로파리그에도 나가게 된다.

 2022년 현재 스완지는 2부 리그에 있지만 계속해서 승격을 노리고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EPL로 돌아와 돌풍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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