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구, 포항과 같은 익숙한 지역은 이제 별다른 감흥이 크게 없었지만 내게 있어 '거제도'라는 지역은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 내가 시간을 내어 가본다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지난여름, 그 익숙지 않은 것을 시간을 내어 가져보았다.  

 거제도의 옥포라는 곳까지 가는 길은 굉장히 구불구불했고 그 속에 있는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산에 있는 나무를 그대로 들어내고 그 위에 아스팔트만 얹어놓은 것처럼 경사가 어느 곳이든 굉장히 심했었다. 구불고 불과 높은 경사로 나타나는 그 거제의 풍경은 나로 하여금 익숙한 한국이 아닌 외국에 와 있는 것처럼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첫날에는 복층이면서도 넓고 너무나 깨끗하고도 예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전국 곳곳에 조금씩 비가 오고 있다는 다음 날에는, 갑자기 거제도에만 해가 뜨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오전부터 기분이 한껏 업 됐었다. 

이 여행의 행선지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자칭 '거제도 토박이'가 추천하는 '외도 보타니아'와 '바람의 언덕', 그리고 '몽돌 해수욕장'이었다. 우연찮게도 숙박했던 펜션 주변에 그 추천 행선지인 '몽돌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저녁 먹다가 급히 후다닥 갔다 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튿날의 행선지는 두 곳이다.  '외도 보타니아'와 '바람의 언덕'. 

 외도 보타니아를 향하는 길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거제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섬이다. 이름은 생소하여 어떤 곳인지 미리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곳은 1970년대에 이창호, 최호숙 부부(현 외도 보타니아 회장 부부)가 40여 년간 섬 전체를 정원으로 가꾼 곳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1995년도에 '외도 해상농원'으로 문을 열었고 2005년 '외도 보타니아'로 이름을 바꿨으며 이곳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곳에서 촬영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도 보타니아 - 나무위키)

ⓒ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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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는 외도 보타니아에 들어가기 전, '해금강'이라는 섬을 배로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해금강은 시선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외관을 가졌다. 그저 시간과 물과 바람에 깎이고 깎여 만들어진 지금의  '해금강'의 모습은 가히 경이롭다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으며 자연의 순리가 만들어낸 이 경이로운 '장관'은 꼭 한 번 직접 경험해보기를 추천드린다. 

 

외도 보타니아는 참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존에 사진으로 봤을 때에는 너무나도 멋진 '평지'의 식물원 같은 곳이었는데, 실제 도착하자마자 보이고 경험하는 보타니아는.. 굉장한 급 경사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둘러보는 코스 자체가 급급 경사들이다. 하필 날씨가 너무 맑아 자외선은 피부를 마중 나와 있었고 그나마 이를 피해 도망친 나무 밑 그늘에서는 때아닌 모기의 습격을 잔뜩 받아 올여름 물릴 모기가 그곳에서 다 물린듯했다. 

 급히 찾은 보타니아의 카페는 섬인 탓에 에어컨이 없었다. 모든 삼박자가 더위에 취하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이걸 생각지 못한 나와 동행인은 절망에 빠진 채 이 카페에서 파는 비싼 에비앙 물만 폭풍 드링킹할 뿐이었다.

의도치 않은 더위와 습도에 지친 동행인은 점점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짜증이 표출됐고 우리가 기억하는 보타니아는 그렇게  아름다움과는 멀어져 갔다. 이곳에 방문하실 분은 반드시 선선한 봄, 가을쯤에 가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여름의 이곳은 너무나 사이좋은 두 사람이라도 알지 못했던 모습을 보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진경
ⓒ정진경

 

거제로 돌아오는 배 편에서 이미 우리는 지쳤지만,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를 이 이국적 느낌의 거제를 놓칠 수가 없었기에 땀에 전 몸을 이끌고 거제의 명물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하염없이 365일 내내 돌아가고 있었을 풍차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저 이곳의 시그니처 사진촬영 구도가 있다는 것만이 생각난다. 우리도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찾아 헤매며 다녔지만 어느 곳에서도 독(獨)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사람이 원체 많아 독(獨)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 속에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결국 실패한 사진이었지만 마침 날이 좀 저무는 시간이었고 주변도 바다로 광활하여 노을만은 모두가 보지만 우리만 보는 것처럼 만끽할 수 있었다. 잠시 잠깐 그 여유를 누리고 어김없이 막차를 놓치지 않게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그렇게 짤막하지만 또 굵게도 이 거제를 가져보고 왔다.

 좋은 기억이다. 상황과 사건보다는 본질 그 자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본질의 좋은 사람과 좋은 풍경을 좋은 이곳에서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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