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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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고 일어날 때마다 전날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나였다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들어서 지쳤거나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깊이 있는 감동을 자아낸다. 흔한 소재로 글을 쓰는 만큼 읽는 사람에 따라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던 글이다.

 

거짓 고백을 시작으로 이어진 두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빠져들고, 그 둘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삶과 각자의 고민이 담겨있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이란 감정과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서 사람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고, 상냥해질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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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의 비밀을 알게 된 도루는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공포가 덜하도록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히노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히노가 쓰는 일기장에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채울 수 있게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그녀의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히노가 살아갈 이유마저도 만들어준다.

그는 자신에게 가진 것이 없어서 어중간한 다정함 밖에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가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다정함이 더 드러났던 것 같다. 도루가 히노와 함께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 건 사실이지만, 교실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고 여자친구의 매일매일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볼수록 도루가 가지고 있는 다정함은 어중간한 다정함이 아니라 완전한 다정함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이들처럼 깊은 사랑을 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사랑을 해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랑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 나에게 했었던 말이 떠오르게 된다.

‘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사귀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말이 연애에 한정되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쉽게 접해보지 못할 경험들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봄으로써 나였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을지 한 번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히노가 병을 이겨내지만 그녀의 곁에는 더 이상 도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도루는 마지막까지도 히노의 미래를 위해서 그녀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다정함을 기억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웃을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주는 특별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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