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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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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 왜 좋아했어?"

"잘 모르겠어. 내가 잠깐 돌았었나."

 

잠깐이라기에 7년은 너무 길지 않아? 멍하니 바다를 보며 대꾸했다 옆에서 들려오는 A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 새어 나왔다. 연인 관계를 시작하기 전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10년도 더 됐을 시간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짧은 시간은 절대 아니었다.  힐끗 옆을 바라보니 아까 전의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려주는 바다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A에 다시 한번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래 본 시간만큼 닮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헤어지려는 까닭은, 너무 오래 봐왔기 때문일까.

 

바다는 생각 정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A와 함께든, 혼자서든 바다는 늘 자주 갔었다. 혼자라면 혼자라서 좋았고, 함께라면 함께라서 좋았다. 그리고 바다를 담고 있는 A의 눈이 좋았다. 지금 옆에서 바다를 담고 있는 A의 눈이 싫어진 것이냐 물으면 그것은 단연코 아니라 얘기할 것이다. 다만 그 좋아한다는 의미가 조금씩 변해갈 뿐이겠지.  앞으로도 바다를 담으며 반짝이는 B의 눈은 좋아했고,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 분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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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진짜 예쁘네."

"같이 보는 마지막 하늘이야. 잘 봐둬."

"우리 이제 영영 못 보는 거야?"

"... 꼭 그럴 거라는 건 아니지만,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그거는 우리 헤어지는 거랑 상관없잖아. 같이 와서 또 보면 되지."

 

나의 말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 또한 딱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지는 해만 멍하니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이었다. 하루 종일 함께 바다만 본 적은 또 처음인데, 이건 또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것 하나가 아쉽다면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이래 볼걸, 하는 후회가 찰나 스쳤지만 그 생각은 금방 지나가기만 했을 뿐 오래 남지는 않았다. 그래도 A와 함께한 시간 중에 후회로 남는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제 갈까?"

"어, 해 다 졌네."

"아쉬워?"

"해가 너무 빨리 져서. 예뻤는데."

"그거 말고 아쉬운 건."

"없어. 다 좋았어."

"그럼 됐다. 데려다줄게."

 

나는 A의 손을 잡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주 바라보고 있는 A의 표정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기에, 내 표정도 A의 표정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끝은 마냥 슬플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나쁘지 않은 감정이었다. 이렇게 끝을 내는 것도 A라서 가능했던 거겠지만, 이 생각은 속으로만 삼키기로 했다.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는 미련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다른 시작을 위해  이만 매듭을 짓는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시작점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는 지금과 또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반길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너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길 바라며. 우리의 이야기에는 이렇게 첫번째 마침표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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