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포토 콘텐츠

ⓒ pixabay
ⓒ pixabay

 

 뜨겁지도 따갑지도 않은 해가 고개를 내미는 아침, 모두가 일어날 시간이네요. 저도 슬슬 준비를 시작해야겠어요. 바람에 몸을 맡겨 스트레칭을 하고 깔끔하게 단장까지 하면 끝. 오늘의 제 모습도 완벽한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다들 준비를 끝내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어요. 빨리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제가 좀 늦었나 봐요.

 

 우리가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일이에요. 누군가 푹 쉴 수 있게 자리를 내어 주기도 하고 말동무가 되어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또 어떤 날은 꾸준히 우리를 찾아오는 상대를 기다리기도 하죠. 저기 옆에는 벌써 작은 누군가와 말동무가 되어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저는 오늘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항상 이맘때쯤 저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거든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꽃다발과 함께 항상 오는 사람이요.

 

 그 사람은 항상 꽃과 함께 저를 찾아와요. 어느 날은 안개꽃과 빨간 장미를, 또 어떤 날은 물망초를, 보라색 튤립을 다양한 꽃을 들고 오더라고요. 올 때마다 달라지는 꽃을 보면 오늘은 무슨 꽃을 들고 올지 기대가 돼요. , 저기 오고 있네요. 그런데 항상 저 사람은 저를 보러 올 때 슬퍼 보여요. 분명히 웃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오늘은 리시안셔스랑 연보라색 스토크, 하얀색 안개꽃이 적절하게 섞인 꽃다발을 들고 왔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들이 다 있어서 그런가, 다른 때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꽃을 들고 와서는 항상 제 발치에 둔 다음 기대어 앉아요. 이후에는 저한테 오기 전까지 어떤 날을 보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사소한 이야기를 해 주죠. 항상 비슷한 이야기지만, 저는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어요. 그렇게 한참을 시간을 보내면 그 사람은 저를 빤히 바라보다가 중얼거려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미 저를 보고 있는데도 말이죠. 힘들다고, 보고 싶다고 중얼거리다가 결국에는 울어요. 그것도 몸을 들썩이면서... 그러면 저는 바람에게 부탁해 따뜻한 바람으로 위로해 주는 수밖에 없어요.

 

ⓒ pixabay
ⓒ pixabay

 

 이제 그 사람이 갈 건가 봐요. 울음을 그치고 저를 바라보며 말해요. 조만간 다시 또 오겠다고, 다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랑 오겠다고 말하네요. 짐을 챙겨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저는 손을 흔들어 줘요. 항상 이 자리에서 다음에 또 보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 사람을 볼 때마다 신기해요. 어떻게 제가 좋아하는 꽃을 잘 아는 걸까요? 제가 말해 준 적도 없는데. 혹시 예전에 알던 사이였을까요? 사실 저는 예전 기억이 잘 안 나요. 저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은 다 저를 아는 척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거든요. 아마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그렇겠죠. 시간이 흘러 끝을 맞이하고 다시 생명이 되어 나무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아, 벌써 해가 지고 있어요. 그 사람이 왔다 가는 날은 항상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잘 준비하는 걸 보니 저도 얼른 마무리해야겠어요. 바람에 몸을 맡기면 잘 준비는 끝. 오늘 하루도 정말 재미있게 보낸 것 같아요.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누가 저를 찾아올지 기대되네요. 이제 달이 나오기 시작해요. 달에게 인사까지 했으니 저는 정말로 자러 갈게요. 다들 따뜻한 밤 보내세요.

.

.

.

.

.

.

.

.

.

.

.

.

.

.

.

.

ⓒ pixabay
ⓒ pixabay

 

 어슴푸레 달빛이 비치는 밤. 작은 숲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나지 않으며 무언가 흔들리는 약한 소음만이 들린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면 한 나무에 걸린 작은 액자가 바람을 따라 흔들거리고 사진 속에는 두 사람이 활짝 웃으며 손을 잡고 서 있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그 아래에는 환한 달빛 덕분에 반짝거리는 까만 비석이 있다.

 

 

비석 내용 “... 너는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돼. 이번에는 내가 갈게.”

 

 

 

 

 

 

 

 

 

 

 

 

 

 

 

 

 

스토크(비단향나무) 꽃말 한결같은 사람

리시안셔스 꽃말 변치 않는 사랑

흰 안개꽃 꽃말 죽음, 사랑의 순간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