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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 무거운 공기, 파란 하늘.

여름이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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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춘의 계절. 열정의 계절.

떠올리기만 해도, 몸 어디선가 열정이 생겨나는 그런 계절이다.

물론 그 뜨거움이 싫은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그 뜨거움을 잃어버린 것 같다.

다들 무엇을 위해서 뜨겁게 뛰는지 모르겠다.

전국 대회를 위해 벅차오르는 숨을 눌러가며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그런 열정은 너무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상황이지 않은가.

계절의 온도보다도 더 뜨거운 사랑으로, 덥다는 감각도 잊은 채 살랑이는 바람에 함께 있던 기억, 서늘한 밤의 불꽃놀이는 대체 어떤 사람들의 기억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상을 해낸 것조차 대단하게 느껴진다. 계절보다 내가 더 뜨거워서, 더움도 잊고 사랑한다니.. 시구절 같다.

 

나도, 내 청춘으로 기억될 여름을 가지고 싶다.

여름보다 뜨거운 기억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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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가지고 싶었던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공을 굴리고, 힘껏 차 보았다.

나의 공은 끝까지 닿지 못하고, 힘없이 굴러다가 멈추었다.

나는 후들거리며 벤치에 겨우 앉아 숨을 골랐다.

나에겐 떨리는 숨을 고르는 것조차 힘들었다. 떨리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웠다.

운동은 나의 여름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사랑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는 거지? 사랑에 시작이 있나?

나에겐 이걸 물어볼 사람조차 없었다. 내 핸드폰 속 전화번호부는 마치 공중전화박스의 전화번호부처럼 세상 모든 사람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전화를 걸 번호는 없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쌓을 친구는 없었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을 시작했었어야 하나보다.

 

나는 우정을 시작했다.

먼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모임에 나갔다.

안녕하세요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웃었다. 사람들의 대화에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느새 관람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까닥이는 인형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내 영혼은 이미 내 방 침대 위에 있었다.

지금 나는 껍데기만 있을 뿐이다.

혹시, 내가 이미 잊힌 건 아니겠지. 껍데기라도 여기 있으면 다행이다.

우정도, 나의 여름이 아니었나 보다.

 

나의 여름은 다시 책상 위로 돌아왔다.

가만히 책을 바라보았다. 책에 빠져들진 못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바람이 느껴진다. 무겁고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힘차게 공을 차고, 응원하는 함성소리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 하나가 천천히 흘러간다. 혼자서 천천히.

책 위의 글자들이 일렁인다. 마치 여름날의 아지랑이처럼, 책에도 아지랑이가 생기던가. 올해는 너무 더워서 책에도 여름이 찾아온 걸까.

 

여름이었다.

뜨겁진 않았지만 더웠다. 공기가 무겁기보단 따뜻했다. 파란 날 보다 흐린 날이 많았던

나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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