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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프로젝트와 야근을 하며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며 요즘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휴식과 회피의 이유로 고향 집을 찾았다. 기차역에서 나와 본 아주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은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평화를 주었다.

 내 방 침대에 누워있다가 고개를 돌려 본 책상 밑바닥에는 못 보던 상자들이 늘어져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확인해본 상자 안에는 먼지가 잔뜩 쌓인 어린 시절 앨범들이 있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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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100일 사진, 돌 사진, 어딘가에서 넘어져 펑펑 울고 있는 사진, 첫 가족 여행에서 찍은 사진, 처음으로 상장을 받고는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 등 나의 추억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사진을 찍을 땐 찍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속 내 표정은 10장 중 3장꼴로 찌푸려져 있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보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저때 내 모습은 저랬구나, 우리 부모님이 젊을 때 이렇게 생겼었네, 내가 이런 곳에 갔었구나' 하며 추억에 빠질 수 있어 좋았다. 아무 걱정도 없던 그 시절로 말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고 나니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때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친 경험도,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그런 경험들을 친구들에게 매번 얘기해주며 즐겁게 웃으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지금, 그러니까 어른이 된 최근을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추억을 말한 적도 추억에 빠져 소리 내어 웃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이야기하던 생생했던 추억들도 하나둘씩 잊어갔다. 마치 없던 일인 것처럼 다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억 저 구석으로 치워갔다.

 또 어릴 때는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다양해서 뭘 할지 고민하고 선택하기 바빴다면 지금은 글쎄... 매일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정도?

 언제부터 어린 시절의 생기를 잃어버린 채 흑백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 것일까?

 아마도 당장 내일에 대해, 미래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벅차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 둘씩 잊어간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창피함을 모르고 그런 창피함도 하하 호호 웃으며 하나의 경험담으로 말할 수 있었던 낙천적인 나, 호기심이 넘쳐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나는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으면서 없어지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며, 현실에 치여 피곤함만 가득 안은 나만 남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만이라도 단순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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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로 예전에 다니던 학교를 찾아가 봤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학교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교 앞 분식집에 가 그때 먹던 떡볶이와 튀김도 먹고, 매일 가던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있으니 잊고 지냈던 추억들도 떠오르는 듯했다. 기쁜 마음으로 정말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이 장소에서 함께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웃었더니 정말 어린 시절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가면 분명 다시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추억하며 버텨보고자 한다. 모든 것이 즐겁고, 쉬웠던 어린 시절처럼 말이다.

  나는 오늘 힘들어 회피하듯 찾은 고향에서 잊었던 나를 찾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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