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What If

  ‘윤희에게’는 ‘윤희’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지를 발견한 딸 ‘새봄’은 엄마보다 먼저 편지를 읽어보고,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편지를 작성한 ‘쥰’이 살고 있는 일본 오타루로 여행을 다녀오자 제안한다. 편지를 보낸 이는 옛 윤희의 첫사랑 ‘쥰’. ‘윤희’는 딸과 함께 떠난 눈 오는 오타루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여행을 떠난다. ‘윤희’와 ‘쥰’은 어떤 일이 있었고, 둘은 일본에서 만날 수 있었을지를 담은 영화이다.

  지금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나 반전의 포인트라도 적어내리고자 하니, 영화로 먼저 보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영화를 보고 와주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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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에게는 정말 한마디로만 설명하라고 한다면, ‘윤희’와 ‘쥰’의 사랑을 담은 영화이다. 하지만, 서로 처음 만나고 마음을 키워가는 사랑이 아니라, 원치 않게 헤어진 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 몇 년 만에 만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는 퀴어 영화이다. 두 주인공의 신체적 성별은 여성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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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레즈) 로맨스 영화로 가벼운 멜로/로맨스 영화일 수 있었던 ‘윤희에게’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배경이 너무 좋긴 했다. 일본 오타루라니, 그것도 겨울의 오타루 말이다.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포인트에서 심장이 뛰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 또한 겨울, 눈 오는 오타루라는 배경을 듣자마자 심장이 뛰었다. 사실 삿포로였다면 이 정도로 심장이 뛰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하얗고 보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펼쳐진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조명에 빛나는 운하 위를 꿈꿀 수 있는 오타루라니. 내가 지금 세상이 아니라 우주 속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공간에서 대체 누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런 배경보다 오늘은 주변 인물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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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와 ‘쥰’은 우연의 일치로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이 아니다. ‘쥰’이 마음을 써내린 편지를 발견한 고모는 혼자서 이 편지를 ‘윤희’에게 보내버린다. 그리고, 편지를 먼저 읽게 된 ‘새봄’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엄마에게 편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오타루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게다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는 새봄과 함께 쥰의 집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함께 건너온다.

 즉, 윤희와 쥰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윤희의 딸인 새봄과 그의 남자친구 경수, 쥰의 고모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움보다는 이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윤희와 쥰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고, 이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해받기 힘든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 묻지조차 않고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의 행동을 중요 포인트로 뽑은 이유는 윤희와 쥰이 헤어진 이유도 주변 인물들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쥰을 사랑했던 윤희가 ‘새봄’이란 딸을 낳은 것은 자신의 사랑을 주변에 이해받지 못하고, 결혼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놀랍지만 실제로 존재했고,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어떤 증거자료를 내놓지는 못하지만, 난 주변의 퀴어 친구들이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고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세상의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숨기다. 결국 사랑을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 혹은 강요당한다.

  ‘윤희에게’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퀴어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할지, 다른 사람의 일에 그것도 굉장히 개인적인 일인 사랑에 대해 왜 사회가 다 같이 이해해야 하는지를 윤희와 쥰이라는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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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 주지 못했다면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도, 마음을 말하지도 못한 채 꿈에서만 만남을 이어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도. ‘새봄’이 편지를 읽은 후 엄마에게 아무 말 없이 편지만 전달했더라도, 고모가 편지를 보내보는 것이 어떻냐고 말만 했더라도. 두 사람은 편지를 보내고 연락을 하며, 결국은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었는지, 어떤 도움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분명 이 영화는 이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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