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넌 내 딸이야."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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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이미 멸망된 설정으로 한 밀폐 시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나의 마더.
2018년 개봉된 오스트레일리아의 러닝타임 114분의 이 영화는 인간이 아닌 로봇의 손에서 길러진 한 여성을 그려낸 SF,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서로가 전부였던 둘만의 세상에 낯선 여자가 나타나면서 단란했던 벙커의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과연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간에 의해 프로그램 되어 만들어졌을 로봇이 다시 인간을 태어나게 하고 키우는 과정을 함께 담은 이 영화는 로봇과 인간 이 둘 외에는 서로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로봇에게서 인간의 윤리를 배우는 장면들은 기이하기 까지도 하다. 예전부터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지배하는 영화들은 이제껏 많았지만 수가 줄어든 인간을 다시 복구하는 로봇에 관한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이 과연 인간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나의 마더’는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해준다. 인간은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가진 존재이며, 로봇처럼 정해진 양식의 행동과 계산된 측정치만으로는 살아가지 못한다. 이 호기심과 의구심, 그리고 생명에 대한 정에서부터 이미 두 존재는 다르다는 것이 증명된다.

철저하게 관리와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벙커속의 아이를 찾아온 낯선 여성은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이름조차 없는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게 된다. 인간을 거의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엄마’와 같은 ‘로봇’인 도저 혹은 드로이드들이었고, 다시 복구시키는 것도 드로이드인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의 영화.

‘나의 마더’를 보며 느낀 점은 인류가 과연 편리를 위해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어디까지가 적정선인가 하는 것이다.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두 가지의 모습을 보이리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로봇의 딸로 살아온 아이처럼 로봇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함께 공존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그 길이 아니라면 벙커의 밖에서 온 낯선 여성처럼 로봇이란 존재를 아예 불신하고 두려워하는 채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 것인지 말이다. 실제로 현재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지 못할 뿐, 우리들의 생각과 예상보다 훌륭한 기술들이 이미 세상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시점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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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대신하는 역할의 로봇, 로봇에 길러진 아이. 어쩌면 로봇의 손에서 길러지는 것이 당연해질 지도 모르는 미래를 우리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에겐 정서라는 것이 있다.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이 길러내는 아이들은 결국 인간의 겉모습을 한 로봇이 되는게 아닐까?

‘나의 마더’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앞서 로봇과 인간, 두 존재의 관계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반전도 포함된 줄거리는 희망을 밝은 쪽으로 그리기보다는 불확실함과 같은 어두움으로 그려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빠져들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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