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위한 선택, '포기'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2014년 개봉한 루크 에반스 주연의 러닝 타임 92분의 영화이다. 군주이자 영웅이 되고자 했던 한 남자의 선택은 그가 모두를 등지게 만든다. 극 중 루크 에반스의 이름, 그 이름 마저도 드라큘라다. 이미 시작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를 막강한 투르크 제국의 군대로부터 지켜 내기 위한 선택은 오직 포기, ‘힘을 위한 포기’였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복종의 대가로 타국을 위한 자국의 사내아이 1천명의 요구는 군주로서는 두고 만 볼 수 없는 요구사항. 우연히 투르크 군대의 은신처로 판단된 험악한 산 속 동굴에서 드라큘라는 진짜 드라큘라와 마주하게 된다. 사내아이 1천명과 자신의 아들을 포로로 타국에 보내 나라의 평안을 유지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요구를 거절하고 더 많은 희생을 감안하며 불확실한 승리를 노려야할까.  나라의 군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는 결국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의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신화 속의 존재로만 알려졌던 악마의 존재를 찾아간 군주 드라큘라는 모든 것을 짊어진 채로 스스로 어둠의 존재가 되기를 결정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인간의 피를 탐하지 않고 햇빛을 피해 지내는 것. 자신을 담보로 한 3일의 시간안에 모든 상황을 정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군주로서의 희생을 알아주지 못하는 성직자와 백성들은 되려 그에게 공포와 의심만을 가지고, 구원이라는 명목 하에 화형을 시행하려고 든다. 그 찰나의 혼란 속 밀어 닥친 투르크 제국의 군대. 지키고자 했던 백성들의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적에게 잃은 드라큘라는 이성을 잃고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남은 백성들도 자신과 같은 어둠 속의 존재로 만들어 낸다.

결국 수십, 수백만의 군대를 물리치고 한 때는 전우이자 원수인 적의 장군마저 몰락시키며 복수를 성공한 그에게 남은 건 살아남은 그의 아들 하나. 비탄과 절망,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인간의 삶에 후회만 남은 마지막 순간에도 힘을 가지게 된 백성들은 더 많은 피를 갈망한다. 하나 남은 아들만큼은 평범한 인간으로, 또 나라의 미래를 위한 주석이 되기를 바랐던 드라큘라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모든 어둠에 안식의 빛을 내린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살리기 위한 ‘포기’란 선택은 결국 종말에는 모든 것을 파멸과 먼지로 만들었고, 그가 걸어야만 했던 어둠의 길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하는 본인의 화목과 가정이란 없는, 미래라는 길만 내어줬을 뿐이다.

대다수의 가정의 부모가 그렇듯, 한 나라의 군주와 아버지로서 그리고 미래를 위한 길에 더 이상 ‘자기’라는 답안이 없는 선택지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선택을 내린 아버지를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서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