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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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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지내요?

날이 추워졌던데… 옷 잘 챙겨 입고 다녀요.

음, 편지 같은 거 잘 안써봐서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장 기본으로 시작할까 봐요. 요즘 뭐하고 지내요? 저는 뭐, 늘 그렇듯 달라진 것 없어요. 마친가지이려나?

이 편지를 읽으면서 '안 궁금한데.'하며 인상을 쓰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네요. 아, 받으면 기겁할 모습도.답장은 받을 생각 없어요. 받을 생각이 없다기 보다는 못 받는 건가? 우리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사실 연락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과한 바람일까요?

당신 주변 사람들은 잘 사는 것 같더라고. 근데 어떻게 당신 소식만 안 들리는지. 참, 신기하네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뒀나 봐요. 그,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만 모인다는, 그런 건가?  근데 이럴 땐 좀 아쉽네요. 주변 사람이 안 겹친다는 게.

가끔 당신이 해줬던 말이 생각나고 그래요.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고, 뉘앙스 정도만. 알아서 살라고 했던가,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가지라고 했던가.  너무 다른 말인가? 뭐, 둘 다 나한테 한 적 있는 말이니까 봐주세요.

둘 다 하나로 퉁쳐서, 제 마음대로 살라는 걸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래서 투정도 부려보고, 이렇게 편지도 써 보고.

만나는 거까지 안 바라요. 근데, 살아있다는 연락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해줬으면 해요. 음, 너무 말 길어지면 싫겠죠? 

그럼, 잘 지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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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펜을 멈췄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편지지 위로 까만 글씨들이 수려하게 적혀져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편지지 위의 글자들을 쳐다보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들고 있던 편지지를 반으로 접어 봉투 안으로 넣었다. 멋들어진 실링으로 편지 봉투를 막기까지 하니 누구에게 보내더라도 꽤 열심히 쓴 것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분이나 편지봉투를 봤을까.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다른 곳으로 치우고 새로운 편지지를 꺼냈다. 아까의 것보다는 조금 단조롭고, A4용지에 가까워 보이는 새하얀 편지지였다. 편지지 위로 검은색 잉크를 잔뜩 머금은 펜이 움직였다. 글시를 써나가는 손에는 막힘이라고는 없었다.

「연락이 안 돼도 괜찮아요. 잘 지내요.」

맥락도, 뭣도 무시한 내용이었다. 대충 훑어보고 '이게 뭐야.' 같은 말정도 내뱉고 버릴 수 있는 그런 편지였다. 편지라고 하기에는 한 줄만 찍 있어서 애매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거리가 적당했다. 딱 이 정도 사이였으니.

 

A.

[다음엔 편지말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로, 연락 먼저 해도 괜찮아. 안 귀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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