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What If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그리 깊지 않은 산속, 깊진 않지만 맑은 물과 서늘한 바람, 따듯한 햇빛이 내리쬐는 물가에 미나리 씨앗을 심으며 할머니는 말했다.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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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얼마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주변 이웃들과 멀리 떨어진 어느 한 들판에 있는 캠핑카가 우리 집이다.

이웃이 없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

 

엄마는 친구들 만들기 위해,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서는 처음 온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다.

근데, 우리 가족은 그 반겨줌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우린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아빠는 농사를 짓는다.

미국에서 한국 채소를 먹기 힘드니, 채소를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아빠는 농사를 도와줄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집안 들판에서 한 아저씨와 둘이서만 농사를 짓는다.

우물도 우리 아빠가 직접 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다.

 

누나는 학교에 다닌다.

그런데 그리, 즐겁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누나가 웃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가족 모두 이곳에 이사 온 후로 다들 잘 웃지 않는 것 같다.

엄마, 아빠는 싸움이 늘었고, 바빠졌다.

우리 집에 웃음이 사라진 것 같다.

할머니와 있을 땐 빼고.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혼자서도 잘 노시고, 잘 웃으신다.

나도 할머니랑 있을 땐 웃음이 난다.

엄마는 심지어 할머니를 보고 울기까지 했다.

 

 

, 오늘 시장 가면 고기 좀 사 와봐라. 삼겹살"

? 엄마, 왠 고기?”

한 번씩 고기도 먹어주고 그래야지. 미국은 삼겹살도 싸다며, 한 번 사 와봐

 

오늘은 마을에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엄마랑 아빠는 일하러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 오신다.

오늘은 웬일인지, 할머니가 고기를 사다 달라고 하셨다.

 

 

"데이비드, 이리 와봐. 할머니랑 같이 미나리 보러 가자

 

할머니는 항상 미나리를 보러 갈 때 나랑 같이 간다.

난 사실 뛰어다니면 안 되는데, 할머니는 내가 뛰어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뛰고 싶을 땐 슬쩍 할머니랑 같이 미나리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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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딱 먹기 좋게 잘 자랐네. 데이비드, 이것 봐. 미나리 잘 자랐지?”

이게 다 자란 거예요? 많이 안 크다

이때가 딱 먹기 좋아. 더 크면 질기고 맛없다. , 이거 좀 들어봐

 

2주 전만 해도 싹이 틔고 있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미나리에 잎이 많이 생겼다.

할머니는 미나리를 뚝뚝 끊으시더니 나에게 주셨다.

나는 미나리를 한가득 안고 집으로 갔다.

내 폼에서 나는 향이 좋았다.

 

 

어머, 엄마. 이게 뭐야? 미나리잖아? 어머, 향 봐 너무 좋다. , 데이비드 이거 향 좀 맡아봐 너무 좋지?”

 

엄마는 미나리를 보고 웃었다.

아빠도 미나리를 보더니, 신기해하며 웃었다.

누나도 미나리 향을 맡고는 웃었다.

 

 

우리 집은 이사 오고 처음으로 마당에서 고기 파티를 열었다.

고기랑 미나리를 같이 먹기도 하고, 구워서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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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미나리를 어떻게 키울 생각을 하셨어요? 이걸 다 혼자 어디서 키우셨어요

, 미나리는 물만 잘 주면 어디서든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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