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What If

 

바퀴 달린 집이라서? 재밌다 얘.”  순자의 대사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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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카는 멀쩡하지 않은 집에서의 생활을 엄마에게 보여준 후 이내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 대사로 알 수 있듯이 순자는 겉모습이라곤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듯 순자는 보편적인 노인들과 조금 다르다. 가난한 형편에 너네는 왜 이런 선택을 했냐며 탓할 법도 한데 오히려 재치로 받아치는 모습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손자와 가지고 놀고 싶다며 화투를 꺼낸 것 또한 범상치 않다. 이 할머니, 어딘가 색다른 냄새를 풍기는 듯하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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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이빗이 보기에 이 할머니는 완벽한 할머니가 아니다. 쿠키를 굽고 예쁜 말을 써야 데이빗에게는할머니인 것이다. 영화 밖에서 내가 순자를 바라보았을 때 저렇게 사랑스러운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가 다 없는데 데이빗의 관점에선 이상한 할머니였을 것이다. 어렸을 때의 나 또한 할머니라는 존재가 나에게 이상했었다. 처음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요리를 해주셨을 때 난 그 맛을 싫어했다. 우리 집만의 집 밥맛이 아니라 할머니의 맛이 나는 게. 그때의 내게 할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아마 데이빗도 같은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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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한약재의 쓴맛을 본 후 다시는 할머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을 데이빗은 결국 변화한다.

 

아픈 할머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어줄 수 있는 아이로.

 영화 마지막 불을 태우고 정처 없이 걷던 순자에게 할머니 집에 가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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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가 미국으로 올 때 들고 온 미나리 씨앗. 만약 순자가 이들을 위하고 이토록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미나리 씨앗을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쉴 수도 있다. 난 오히려 그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본인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낯선 땅 미국에서 순자의 생명력은 매우 반짝여 보였다. 가끔 손자에게 영어로 놀리는 모습이 짓궂어도 데이빗이 회초리로 나뭇가지 대신 강아지풀을 손에 쥐었을 때 똑똑하다며 칭찬하는 그런 모습들을 오히려 그 존재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순자라는 인물은 그 자체가 미나리였고 그들의 희망이었다. 누군가는 실수로 헛간에 불을 질러버린 순자를 못마땅해 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 순간의 자에게 화가 났다. 그러나 단 하나의 실수보다도 위대한 미나리가 남았다. 모니카와 제이콥과 앤과 데이비드는 앞으로도 어떠한 역경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계속 미국 땅에서 살아갈 것이다. 낯선 땅에서 극복해내고 말 것이다. 순자의 푸르고 유쾌한 성격을 닮아 한 아름 피어난 미나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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