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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여름의 태양. 반짝이는 모래 알갱이. 경이로운 사막.

“우유니 사막에 가보고 싶어. 어느 때든 상관없이.”

네가 언젠가 스쳐 지나간 듯이 한 말이었다. 가장 처음 이야기를 꺼낸 그때 나는 아마 너에게 ‘유명한 여행지이니 한번은 갈 수 있겠지’ 정도로 대답 하고 넘겼을 터였다.

그 뒤로도 잊을 만하면 기억들을 상기시키듯, 지치지도 않았던 너는 불쑥 우유니 사막에 대해 말했다. 너무 많이 들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지만. 상기된 표정을 하고 두근거린다는 눈빛으로 날 보며 말하는 네가 너무, 너무…….

너는 마지막인 졸업식에서 마저 그 말을 했었다. 시큰둥하게 받아치던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의 진심을 담아서.

“기차무덤에 가보고 싶더라.”

내 마음이 네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오직 그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겨울임에도 달아오르는 볼과 귀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에 느껴졌다. 이건 추워서 그런 거니까. 이상한 자기 합리화와 함께 눈을 돌려 이 상황에서 가장 궁금한 너의 얼굴을 봤다.

오묘한 표정. 울고 있다고 하기도, 웃고 있다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의. 당황스러웠다.

마지막까지 그 입에서 한 번의 같이 가자 같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졸업 축하해.”

“너도.”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그대로 끝이었다.

네가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그곳에 혼자 서 있었다. 모든 게 거꾸로 되어 있는 곳. 마음이 울렁였다. 모든 게 거꾸로 되어 있어서, 반사되어서 속이 제자리를 못 잡고 울렁거렸다.

작렬하는 태양에 온 몸이 따끔한 듯 멍하니 손등을 긁어댔다. 긁어댄 곳은 곧 피가 나올 듯 새빨개져 있었다. 피가 날 것 같은 손등을 보다, 이내 긁던 걸 멈추었다. 이상한 기분에 몸마저 이상해지고 있었다.

그 이상한 기분을 피하려 차에 올라탔다. 그나마 강렬하게 내리쬐던 태양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안도를 주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타고 있던 차는 사막을 나와 기차의 무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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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낙서들이 즐비한 폐기차가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의 녹슬어 붉어져 있는, 다시는 쓰일 일이 없는.

기차의 무덤. 버려진 폐기차. 마지막 종착역.

미리 챙겨온 필름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폐기차의 사진을 찍었다. 지금의 제 처지와도 비슷하지 않은가.

지금 뽑혀져 나온 이 사진 또한 저 폐기차처럼 될 것이었다.

시간은 지나가고, 기억은 잊혀지고.

추억은 추억일 뿐이었다. 한순간의 회상을 위한 물건에 불과한.

작렬하는 나의 태양, 반짝이는 나의 모래, 경이로운 나의 사막.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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