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What If

 

 병원 일로 골머리를 앓던 윤영 씨 앞에 성원의 전 여자친구 지연 씨가 나타났어요. 아니, 윤영 씨가 그녀를 찾아갔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를 대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무슨 말을 해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일 테니까요. 지연 씨 입에서 그 어떤 말이 나와도 이 상황이 윤영 씨에겐 유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지연 씨가 윤영 씨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윤영 씨도 성원이한테 맞은 적 있죠? 전 맞은 적 있거든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지연 씨의 말을 들은 윤영 씨는 혼자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그리고 그 고민이 아주 크게 부풀어 상상이 되었고, 윤영 씨는 성원 씨와 헤어지게 됐답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말이죠.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만약 여기서 윤영 씨가 지연 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연 씨는 아직도 그때 기억 때문에 괴롭다며 윤영 씨를 불러 성원 씨에게 맞았던 일에 관해 얘기했어요. 지연 씨는 윤영 씨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불러낸 게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보통 천운이라고 하죠. 윤영 씨는 지연 씨라는 천운을 얻은 걸지도 몰라요. 지연 씨가 아니었다면 여자친구를 때린남자친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낼 뻔했고, 하마터면 윤영 씨도 성원 씨에게 맞은 여자친구가 될 뻔했으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를 때린 적 있냐는 윤영 씨의 물음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전 여자친구를 때렸다고 답한 성원 씨를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돌아와서, 윤영 씨가 지연 씨 말을 믿지 않고 무시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제가 지연 씨에 대해 아는 게 많진 않지만, 자신의 말을 믿어줄 때까지 윤영 씨를 찾아갔을 것 같아요. 지연 씨 자신이 느끼고 있는 괴로운 감정은 본인 선에서 끝내고 싶었기에 윤영 씨 앞에 나타난 것 같거든요.

 

 윤영 씨도 처음엔 지연 씨 말을 믿지 않다가, 계속해서 자신을 찾아와 믿어달라는 지연 씨의 진심을 느끼고 성원 씨의 실체를 알게 되는 날이 올 것 같아요. 그 과정을 통해 성원 씨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나 그것에서 부풀어 오른 상상 따위는 하지 않게 되겠죠. ‘전 여친지연 씨로 성원 씨의 실체를 알게 되고 그와의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확신한 뒤, 둘은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지연 씨가 얼마나 진심으로 윤영 씨에게 다가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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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면 윤영 씨가 저를 데리고 성원 씨에게 찾아갈 일도 없을 것 같네요. , 성원 씨 싱크홀에 빠질 일도, 그 광경을 코앞에서 목격한 윤영 씨가 충격받을 일도 없고요.

 

 이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순 없지만, 윤영 씨가 저를 좋아해 주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엔딩을 스스로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윤영 씨, 영화 속에서도 말했듯이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대요.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지니까, 먼저 반응하기보다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메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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