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What If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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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메기가 크게 펄쩍 뛰어오르면 지진이 나거나 싱크홀이 생긴다. 결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자 친구를 때린 적 있냐는 윤영의 물음에 성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한다. 잠시 뒤 메기가 펄쩍 뛰어오르고, 동시에 성원이 서 있던 자리에 크게 싱크홀이 생긴다. 성원은 싱크홀에 빠지고 윤영은 싱크홀 안을 쳐다보며 영화가 끝난다. 하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봤다.

 

 

만약 이때, 메기가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그래서 싱크홀이 생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상상인데 위의 물음처럼 싱크홀이 생기지 않았다고 하자. 그 후에 나는 윤영이 왜 전 여자 친구를 때렸냐고,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성원에게 물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든지 성원은 말할 거고, 윤영은 그것을 듣고 있을 것이다. 아마 성원은 윤영이 자신의 말을 믿는다고 생각하며 이유를 열심히 말할 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윤영이라면 그냥 듣고만 있을 것 같다. 원래 영화 결말처럼 윤영은 성원을 이유를 듣는 그 순간도 계속 의심하고 있다. 성원을 봐주려는 목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물었지 않았을까.

 

 이유를 다 들은 뒤에도 극적인 결말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윤영은 자신이 듣고 싶었던 것을 들었으니 성원을 두고, 메기와 함께 떠나지 않았을까? 아마 이때 성원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 전개 때문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영은 성원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이 믿음으로 변했다. 누구에 대한 의심과 믿음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의심은 믿음으로 변했고 윤영은 성원을 믿지 않는다. 마지막에 윤영이 메기와 함께 홀연히 떠나고 성원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장면이 동시에 나오며 영화는 끝날 것이다.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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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결말에서 윤영이 성원의 이유를 왜 듣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성원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왜 듣지 않았을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 아마도 들을 가치도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때린 것은 사실이니 더 이상 윤영이 들을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만약에 듣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표정으로 있을지 궁금해서 상상해봤다. 조금 더 극단적이게 또는 웃기게 가서 윤영이 메기와 함께 성원을 떠난 후 길을 걷다가 메기가 펄쩍 뛰어올랐다면? 그래서 성원이 서 있는 자리에 싱크홀이 생겨 빠진다면? 아마 상당히 닫힌 결말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원래의 결말이 마음에 든다. 이도 저도 아니지만, 어떤 것보다 확실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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