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그 이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화재 참사는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다. 지난 달 4월 29일,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 창고 공사 현장에 대해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2008년 일어난 이천 냉동 창고 참사와 2016년 일어난 김포 건설 현장 참사의 판박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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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천시 호법면에서 발생했던 냉동 창고 화재는 우레탄 폼으로 마감 작업을 하다 유증기에 불씨가 옮겨 붙어 순식간에 연쇄 폭발과 함께 불길과 유독 가스가 번진 사건이다. 이에 40명의 근로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2016년 9월에는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건설 현장에서 화기 작업 도중 우레탄 단열재에 불이 붙어 벌어진 사고이다. 사상자 6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우레탄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화재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대형 사고는 한 번 나면 학습 효과로 인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독 우레탄과 관련된 화재 사고는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안전 의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우레탄은 가연성 물질로 패널을 채우는 폼 작업 시 휘발유와 비슷한 유증기를 뿜어낸다. 밀폐된 공간에서 시키지 않고 작업을 하게 되면 작은 불씨나 담뱃재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레탄은 가볍고, 탄성과 단열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목재에 비해 유독 가스 양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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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진주 서울 시립대 소방 방재학과 교수는 “아무리 심층 분석을 하고 문제를 지적해 개선 대책을 내놔도 우레탄 폼을 계속 쓰면 계속 불이 난다. 사람이 죽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단열재로서 우레탄 폼을 못 쓰게 하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법규를 통해 우레탄 같은 유기 단열재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우레탄을 단열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해가스 안전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그것도 2층 이상 건물에서 사용할 수 없고 1층짜리 건물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우레탄보다 불에 더 강한 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하게 되면 공사 기간이 1.5배 이상 늘어나게 되고 비용도 상당히 늘어나게 된다. 공사비가 한 푼이 아까운 현실에서 비싼 재료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자들이 안전에 대한 지식을 지닐 수 있게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레탄 작업이 무섭다는 것을 알면 제도로 강요하지 않더라고 각자 안전에 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만 봐도 알 수 있다. 코로나 19가 무섭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기에 마스크를 사려고 몇 시간 동안 줄을 섰던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였다. 여전히 공사 현장은 사각지대로 밀려나있다. 이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안전한 나라’는 먼 얘기가 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후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언제든 이와 비슷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안전 의식과 안전 지식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안전 규정을 강화한 법안을 만들고, 엄격한 관리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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