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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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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올랐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풍경들이 제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뭉개져 지나간다.

기차의 종착역을 알리는 기계음을 몇 번 거쳤을까. 거쳐 온 종착역을 많이 지남에 비례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지나갔다. 너무 빠른 건 아닐까, 조금은 연착되고 지연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착실하게 기차는 앞으로 나아갔고, 영원히 닿지 못할 것 같던 종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비우고, 오직 우리만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기차 안의 답답한 공기가 숨을 조여와도 우리는 버텼다. 견디다 보면 이 기차는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움직일 거라고 여겼으니까. 두꺼운 옷과 피부 사이에서 땀이 맺혀 흐리기를 몇 번. 순환되지 않는 공기처럼 관계도 순환되지 못함을 비로써 느꼈을 때 기차에서 내렸다.

기차와는 대비되는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을 때, 땀은 점점 메말라갔고 두툼하게 입은 옷은 제 역할을 했다.

땅에서 숨을 갈구하며 허덕이던 잉어가 본래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우리의 자리는 같지 못했던 거지.

우리의 목적지는 달랐던 거야.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걸었다. 푹신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차갑기만 한 바닥을 걸었다. 각자의 목적지를 위해 새로운 표를 구매하러 떠났다. 언제 종점이 올지 모르는 길고 긴 시간을 가늠해가면서, 조금 더 먼 종점을 찾아서.

우리의 기차표가 우연치 않게 같은 곳을 가리켰을 때처럼, 또 다른 누군가와 우연히 같은 목적지를 향해 새로운 봄을 여름을 그리고 가을, 겨울을 보내볼까 한다.

영원을 믿는 나는 지나간 세월의 추억으로 남았다. 다만 영원은 새로운 시작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내가 매표소에서 나의 차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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