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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가 먼저 귀에 들어오는 편이야, 아니면 가사가 먼저 귀에 들어오는 편이야? 사실 난 가사는 안중에도 없어. 일단 멜로디가 좋아야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보는 편이라서 멜로디 때문에 들었는데 가사까지 좋네?”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웃기지? 아아, 또 얘기가 다른 길로 샐 뻔했네.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니고.

 

 

 

▲ⓒ pixabay
▲ⓒ pixabay

 

 7월쯤이었나? 늘 그랬듯이 볼륨 빵빵하게 키우고 노래를 듣는데 가사 한 소절이 귀에 팍 꽂히는 거야. 강렬하고 조금 시끄러운 노래긴 했는데, 그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가사 때문이었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바로 가사를 찾아봤어. 어느 부분이었냐면, ‘꿈을 꾸며 달리던 기차는 고장 나고여기였어. 이게 왜? 싶을 수도 있는데 일단 들어봐.

 

 

 

나 고등학생 때 RCY 단장이었던 거 알지? 그땐 그게 멋있어 보여서 그냥 하고 싶었어. 내가 누굴 막 통솔하고 이끌 그릇은 못 되는데, 그냥 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그냥 했어,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거만 한 줄 알아? 학급 실장, 부실장, 회계 뭐··· 멋있어 보이는 건 다 해봤어. 그냥 해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일단 하고 봤어. 후회해도 해보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말이야. 그렇게 좋아하던 춤 추고 싶어서 춤 동아리도 들어갔고, 덕분에 무대 위에서 춤도 춰보고 선생님들께 칭찬도 받고 그랬어. 그냥 좋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일단 저지르고 봤어. 역시 젊은 게 좋아, 그렇지? 패기 넘치잖아.

 

지금은 뭐 하냐고? 내가 이 얘기 꺼낸 이유가 바로 그거야. 난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아, 그때처럼 춤 동아리도 들어가서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춤도 춰보고 싶고, 간부도 해보고 싶고. 근데 용기가 안 나. 이상하지? 나도 이런 내가 너무 밉고, 가끔 한심하기도 해. 요즘 종종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 때도 많아. 고등학생 때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눈 꼭 감고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돼. 나 늙었나?

 

 

어쨌든, 다시 노래 얘기로 돌아오자면, 그 가사가 너무 참신하면서도 내 상황이랑 딱 들어맞는 게 충격적이었어. 한동안 그 가사만 맴돌았거든, 무슨 주문 마냥. 그래서 바로 가사를 찾아봤지. 한번 볼래?

 

 

 

 

나 홀로 도태되기는 싫단 말이야 Take me to you now’

항상 앞서가던 내 모습은 다 Black or white 사진처럼 이미 지난 일이 됐어

나만 빼고 모두가 앞으로 걸어가 항상 나와 걷던 그들도 이제는 조금씩 멀어져 내 눈에도 보이지가 않아

이러다 여기 혼자 멈춰질까 두려워 꿈을 꾸며 달리던 기차는 고장 나고

 

▲ ⓒ Stray Kids 'SLUMP ("신의 탑" OST) 중

 
 
 

 

 

어때? 사실 가사 찾아보다가 울컥했는데, 내가 나한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꾹 참았어. 남이 보면 나 완전 주책바가지인 줄 알겠다. 근데 어떡해, 요즘 내 상황이 이런걸. 자신감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무엇보다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거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 뒷걸음질 치게 돼. 실패할 것 같아서, 기대했던 것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 봐 멈칫, 멈칫, 하게 돼.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성공만 하면서 살겠어, 실패도 하고 좌절도 겪어보고 그러는 거지. 실패하는 게 두렵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내 인생은 누가 책임져 주겠어? 미안, 나 너무 입만 살았나.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거, 뭔지 알지

  

 

 

 

▲ⓒ pixabay
▲ⓒ pixabay

 

 

꿈을 꾸며 달리던 기차가 고장 났대, 정말 내 얘기 같아. 근데 생각해 보면 기차는 처음부터 빨리 달리지 않아. 느린 속도로 천천히 출발하다가 점점 속력이 붙고 빨리 달리게 되잖아. 내 기차는 처음부터 빨리 달려서 고장 난 것 같아. 그러니까 이게 무슨 얘기냐면, 다들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져서 머리로는 가야 해, 가야 해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왜 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몸은 어영부영 움직이긴 하는데···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지.

 

 

몸은 준비가 안 됐는데 머리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고 그냥 가라고만 하니까, 그래서 고장 난 게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지금 기차가 좀 고장 나서 고치느라 역에 정차하고 있는 것 같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되도록 빨리 고쳐졌으면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최대한 빨리 고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보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종착역에 도착하게 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물론 한 번에 뚝딱 고쳐지진 않겠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다시는 고장 안 나도록 튼튼하게 고쳐볼 계획이야.

 

응원해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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