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의 선택 - 「버스 정류장」 가오싱젠
중국 극작가 가오싱젠의 「버스 정류장」에는 모두 7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시내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버스는 끝내 오지 않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깨닫는다. 그들이 서있는 버스정류장은 이름 없는 버스정류장이라는 것을.
「버스 정류장」은 200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는 주로 동양의 전통 사상과 정서를 현대 부조리극으로 형상화하여 글을 썼다. 하지만 그는 부조리극을 통한 사회 고발로 중국 정부의 억압을 받아 1987년 정치적 난민 자격으로 프랑스로 망명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가 현실적이다. 노인은 장기를 두기 위해, 안경잡이는 인생에 한 번뿐인 대입시험을 위해, 아가씨는 마음에 두던 남성과 첫 데이트를 하기 위해 버스를 한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버스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들을 태우지 않고 지나친다.
평범한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일생을 보내버리게 된다. 극 중 인물 안경잡이는 이렇게 말한다. “일 년이 지나버렸어요.” 가오싱젠은 우리 현실 생활에서 사람들이 항상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고, 긴박해 하지 않으며, 대부분 잘못된 방향 또는 괜한 기다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점점 시간에 무감각해지고 공허함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속 인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고, 그 시간을 흘려보낸다. 인물들은 버스를 기다리며 무료하다며 불평하지만 실제로 인생 전체의 시간은 흐르고 있고, 끝은 허망함만 남게 된다. 극 중 인물 아가씨는 “죽지 못해 산다.”라고 표현한다. 가오싱젠은 연극에서 상대적 시간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무대 설정과 대사를 이용한다. 무대에는 오직 버스정류장 하나만 있으며,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대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인물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느낌을 받지만, 인물들이 시계를 보고 일 년이 지났음을 대사로 외치면 그때 시간의 압축성을 느낀다.
희곡은 독특한 형식과 정서 표현으로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물들이 합창하듯 대사를 외친다. 이를 다 형부 연극이라고 부른다. 다 형부 연극이란 여러 그룹의 성악가나 합창단 전체가 동시에 다른 선율을 노래하는 음악 용어로, 이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동시에 각각 다른 소리로 관객을 향해 대사를 하는 것이 마치 화음을 이루듯 들리게 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평범하면서도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서지 않는 버스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점점 나약해져 가는 인간의 본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