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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 처벌받는 어른들
나수아, 백지민, 전수빈, 정민규, 최근우  |  whitejm1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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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6  0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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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차에서 내려서 밀고 가야 합니다. 가다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만나면 뒤로 후진하십시오. 후진하다가 나는 사고가 났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후진은 중앙선 침범하고 똑같지만 일반도로에서는 안전운전 불이행이니까요.”

교통사고 및 손해배상 전문 변호인인 한문철은 강조하듯 말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었다. 국민들의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개정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9년 9월 11일, 충청남도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고 김민식 군이 시속 23.6km를 달리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하게 된다. 또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규정 속도 30km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와 같은 안전 운전을 소홀히 할 경우에도 ‘민식이법’이 적용된다.

이는 곧 운전자가 정속 주행을 했더라도 ‘안전운전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과실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2018년 보험개발원의 ‘운전자 과실 20% 미만의 보행자 사고 통계’에 따르면 145,201명 중 702명이 운전자 과실이 아닌 경우는 0.5%밖에 되질 않는다고 답했다. 즉, 스쿨존 내에서의 어린이보행사고 시 운전자는 99.5%의 확률로 고의든 아니든 체포 감금 치사죄와 비슷한 형량을 선고 받을 수 있다.

   
▲ 제작 - 전수빈

또한 경찰청 관계자는 “차량과 보행자 사고에서 운전자 과실이 0%인 경우는 없다. 스쿨존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고 김민식 군의 사고처럼 차량의 시속과는 무관하게 무조건적인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민식이법’의 역설

다수의 국민들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 강화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처벌 규정이 지나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운전자들이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음주 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관한 윤창호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사망 사고 시 민식이법은 윤창호법과 같은 형량이 적용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 음주 운전사고와 순수 과실 범죄인 스쿨존 내 사고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민식이법은 법률상 차량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상 긴급한 사안을 다루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도 예외 없이 법이 적용된다. 북부 소방 재난 본부에 따르면 “어린이 구조 신고를 받고 긴급하게 출동할 땐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그런데 민식이법을 지키려면 서행한 뒤 급출발을 할 수 없다”며 “혹시라도 현장에 늦게 도착해 위급한 어린이를 살리지 못했다면 이건 누구의 잘못이냐”며 반문했다.

지난 3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20대 무사고 운전자는 민식이법 보완을 요구했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운전자들 대부분은 스쿨존뿐만 아니라 노인보호구역,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도로 측면 주차 차량에서 누가 튀어나올지 몰라 최대한 주의한다. 허나 고 김민식 군 영상처럼 저속 주행 중인데도 좌측 신호 대기 중이던 차들로 인한 분명한 사각지대에서 전속력으로 달려 나오는 아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으로 감옥 갈래? 합의금 줄래?”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민식이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갑자기 뛰어들어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차량의 속도는 시속 29km에 청색 주행 신호였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이의 부모는 '민식이법'을 거론하며 합의금 300만 원과 병원비 전액을 요구했다.

또 지난 달 18일에는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님에도 민식이법을 언급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부모에 대한 소식이 ‘한문철 TV’에 전해졌다. 영상 속에는 차량이 골목을 지나가 도중 한 아이가 식당에서 튀어나와 부딪혀 넘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처럼 어린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 지난 달, 5월 18일 차량이 골목을 지나던 중 한 아이가 식당에서 튀어나와 부딪혀 넘어졌다./한문철 공식 유튜브

 

▹‘틈새시장’을 공략한 보험 회사

이런 상황에서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벌금형은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들고 있다. 스쿨존에서 대인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국민들의 운전자보험 가입률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대인·대물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형사합의금과 벌금 등 형사적 책임에 대한 비용을 보장해 ‘민식이법’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우선 대부분의 보험사가 벌금 보장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또 일부 보험사는 형사합의금 지원 범위를 그간 보장하지 않던 6주 미만 진단 사고까지 확대했다.

그 중에서도 DB 손해보험이 관련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별 약관을 만들어 독점적 판매권을 획득했다. 이후 삼성화재도 가세해 스쿨존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받지 않고 6주 미만 사고도 보장하겠다는 이른바 ‘공짜 마케팅’에 나섰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는 “이 같은 보험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오히려 가입자들의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으로 기업들은 이득을 챙기려는 데에 급급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한국은 처벌에만 급급 ?…선진국의 체계적인 관리

   
▲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호주의 한 초등학교 모습/SOL 유학 공식 홈페이지

호주에서는 보호자가 차를 주차시키지 않고 픽업 존에서 직접 아이를 픽업하는 ‘직접 픽업’제도가 있다. 차량에 아이의 이름을 명시해놓으면 교육자가 보호자의 얼굴과 이름을 확인한 뒤 아이를 픽업해 가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주변을 오가는 노선의 버스들은 모두 임시 스쿨버스인 ‘셔틀 크루’로 바뀐다. 그리고 주 초등학교에는 맞벌이하는 부부를 위해 수업 시간 외에 아이들을 케어해 주는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 일본 아이치 현 닛신시의 통학로 안전 지도/일본 내각부(www.cao.go.jp)

한국과 가까운 일본 사이타마 현 카와고에시는 통학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요인을 분석하고 위험도를 평가한다. 그 후,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대해 체크 시트를 작성해 교통안전 담당과에 제출하게 된다. 자료를 바탕으로 ‘통학로 교통안전 지도’로 만들어 배포하게 된다. 그리고 지바 현에서는 매년 6~8개 정도의 교통안전 교육 모델 학교를 지정한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실천적인 교육을 실시하며 나아가 교통안전 교육 지도자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의 어린이 등하굣길 교통안전 정책은 관공서와 지역 주민 등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물리적·시스템적 통학로 개선으로 이어져 있다.

 

▹처벌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

민식이 법이 시행된 지 2달이 지났다. 입법 취지는 살렸으나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운전자의 잘못이 명확한 예도 있지만 보행자나 도로 환경 혹은 자동차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횡단보도 위반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이 성인보다 2배가 높을 정도로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의한 사고도 많아 실제 원인 규명이 불가능한 일도 부지기수다.

장영수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김영란법’처럼 처벌을 하지 않다가 처벌을 할 경우엔 효과가 크지만, 단순히 가중 처벌하는 것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형벌 기준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부분 등 전문가 의견과 여론 수렴을 통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한 펜스나 반사경 등 교통안전 시설물을 설치해 사고가 나지 않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유치원과 학교, 가정에서는 교통안전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작 : 대구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나수아, 백지민, 전수빈, 정민규, 최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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