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ass > Class
'촉법소년'이라 괜찮다? 변화를 외치는 대한민국
김정기, 장혜진, 손지민, 유세이  |  usay7@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6.14  18:42: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집 가서 뭐 먹지 빨리 집 가야겠다, 이제 오토바이 달려야 된다. 끊어!” B군이 마지막 일을 끝내고 여동생에게 남긴 메시지다. B군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머니와 여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학교 입학이 미뤄지자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배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B군과 그 가족들은 긴 이별을 맞게 되었다.

  최근 3월 무면허 운전 차량에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단으로 탈취한 차량이었고 140km가 넘는 과속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중처벌도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8명 중 운전자 한 명을 제외한 7명은 모두 훈방조치 되었고 어떠한 형사적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14세가 넘지 않는 ‘촉법소년’들 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출처: 조선일보


■ 살인 저지르고도 당당할 수 있는 촉법소년?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범’을 뜻한다. 10세 미만의 경우 범법 소년으로 규정되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만10세부터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보호처분 외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는 아직 사회적 책임을 지기에는 미성숙하며 교육과 지도를 통해 충분히 교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청소년 보호법의 일환이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의 경우에도 가해자들은 자신의 SNS에 “00학교에 들어가니 다들 편지 부탁한다.”, “분노의 질주를 찍었다”와 같은 자랑하는 식의 글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서 내에서 친구들과 브이를 한 채 사진을 찍어 게시하는 등 반성의 기미는커녕 사건의 심각성조차 알지 못했다. 평균 정신연령의 증가와 지속적인 학습효과로 오히려 이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법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렌터카 사망사고의 가해자 10대들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청원을 냈고 100만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사실 촉법소년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0월 용인시의 한 아파트 1층에서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옥상에서 던져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여성은 사망하고 남성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건 발생 8일 후 밝혀진 용의자는 만 9세의 초등학생이었다. 아이는 사건 당일 친구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쌓여있던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져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용의자는 범법 소년으로 분류되어 처벌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살인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범행동기로는 학교에서 배운 중력 낙하를 실험해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으나 초등교육 과정에는 중력 낙하 실험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이 밝혀지면서 처벌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소년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 늘어나는 청소년 강력범죄, 국민들의 목소리는?

  청소년 범죄의 강도는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n번방,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최근에도 청소년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법의 의도에 맞게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교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현재와는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 제작: 유세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소년법과 관련된 청원 수는 1,935건이다. 그중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은 1,505건이다. 그들은 강력범죄 처벌강화나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길 원했다. 나머지 430건은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소년법개정 청원이 차지했다. 318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에 이름을 올렸고 그중 71만 명은 폐지 청원에 동의하였다. 대중들은 소년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작: 유세이

 

■ 채찍과 당근을 외치는 한국, 과연 정답일까?

 소년법 폐지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체형 증가와 인터넷 보급으로 세상을 충분히 익히면서 성인만큼 잔인하고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체적인 소년 범죄자 수는 줄었지만, 강력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소년 범죄자 (18세 이하)의 수는 6만 6142명으로 2009년의 11만 3022명에 비해 41.4%가 줄었다. 그러나 소년 범죄 중 5.3%에 해당하는 강력범죄는 최근 10년간 증가 추세다.
  연령 기준 하향에 찬성하는 이들은 초등학생까지만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고 한다. 캐나다나 네덜란드, 벨기에 등 만12세 이하 기준인 국가들과 같이 한국도 기준을 낮춰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학생부터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 그들끼리 자율성과 집단성이 형성되기도 하고 청소년기로 들어가기도 한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나이임에도 생일이 빨라서 상대적으로 덜 주도적인 학생이 더 강한 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형사미성년의 기준을 만14세가 아니라 학제에 맞춰 실질적인 중학교 입학 나이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처벌의 수위가 낮다는 이유로 가해 소년들이 성인과 같은 기준으로 심판받는다면 ‘낙인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소년부 재판을 전담해 온 천종호 판사는 “편견과는 달리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다수는 나이가 들면서 죄를 뉘우치는데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교화와 재사회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소년범 형사처벌연령 하향 움직임의 부당성, 이수진”에 따르면 미국의 ‘형사이송제도’를 통해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에 치중함이 옳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청소년 범죄가 대두되면서, 청소년의 최소연령을 하향 조정하였고 형사이송자격이 되는 범죄유형의 수를 늘렸다. 그러나 2004년 이후에 다시 기준을 상승하고 범주를 축소했다고 한다. 낙인효과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재범률이 증가시켰고, 심지어 차후 재범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게 단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으로는 소년법 폐지가 처벌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제대로 된 교화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대부분은 절도와 폭행이기에 집행유예 혹은 선고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벌금형에 처한다 해도 부모가 돈을 내주면 그만이므로 가해 소년들의 부담은 아주 미비해질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전문법관 심재광 판사는 “사실 소년법은 가해 소년들에게 훨씬 어렵고 불편한 제도”라고 했다.
  반대 측은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것 역시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형사미성년 연령을 14세로 하향하였다가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상향 조정한 덴마크를 통해 증명된 바가 있다. 또한 현재 기준에서 더 낮추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기준을 위반할뿐더러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것도 아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경계심을 높이는 영향은 있지만, 오히려 연령대가 만 13세 (중학교 1학년) 미만으로 조정되면서 의무교육인 중학교조차 중퇴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문제의 답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강력한 처벌은 사회적 낙인을 찍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고, 지금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잘못된 학습효과를 반복할 수 있다. 두 주장 모두 진정한 선도와 교화를 위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찬·반을 떠나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제도에서 더 나아가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와 사회에 진심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소년법을 논하면서 정작 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역설적이며, 근본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필요하겠지만 이후 교육과 소통을 통해 그들이 옳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한 사회의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그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는 가를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고 했다. 소년법이 우리 사회에 공론화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에 대한 관심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에 있다. 그들은 우리의 과거이며 장차 미래를 이끌어 갈 공동체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제작 :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정기, 장혜진, 손지민, 유세이

   
 
김정기, 장혜진, 손지민, 유세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회사소개기사제보제휴·광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상북도 경산시 진량읍 내리리 15  |  대표전화 : 053-850-6296  |  청소년보호책임자 : 류성진
Copyright © 2014 M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