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합니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내용은 이러했다. 도서정가제의 시행 목적은 ‘동네서점 살리기’를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지역 서점(2014년=1625개 / 2017년 1535개)과 오프라인 서점 수 (2009년=2846개, 2013년=2331개, 2017년=2050개)는 공략의 의도와 다르게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국민의 독서율도 저조하다. 출판 시장 역시 매출액이 더욱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출판생태계를 열악하게 하는 도서정가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동네서점 살리기’라는 목적으로 도입한 법안 도서정가제 실상이 어떻기에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는지 파헤쳐보았다.

▲ 출처: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도서정가제 언제부터 시행됐는가

2003년 2월 도서정가제는 시행됐다. 처음에는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였다. 2003년 당시 온라인서점에 한해서 출간 1년 이내의 도서는 신간 도서로 취급하고 10%의 가격할인 가능, 1년 이상의, 도성 할인제한에는 폭이 없다. 그 후 2007년 10월 도서정가제가 개정된다. 18개월 이내의 도서는 신간으로 취급하여 10%만 할인이 가능하고, 18개월이 넘은 도서의 경우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해졌다. 2014년 11월 또 한 번의 도서정가제 개정이 된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되면서 사람들의 반발이 커졌다고 추측한다. 모든 도서 종류에 상관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며, 복지의 개념으로 할인을 적용할 수 있게 했던 조항이 폐지된다. 간접할인 역시 5%로 할인 폭을 최대 15%까지 줄여 버렸다. 현재까지 2014년에 개정된 제도를 유지 중이다.

▲  도서정가제 시행안내 (출처: 노컷뉴스)

◇ 도서정가제 시행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

처음 도서정가제를 도입할 때 목적은 중소규모의 서점. 즉,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지역 서점은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5개로 감소했다. 오프라인 서점 역시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이 과연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서점조합연회가 펴낸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7년 전국의 서점 수는 2,050개로 10년 전보다 36.9% 감소했다. 반면 100평 이상의 대형서점은 9.0% 증가했는데, 결과적으로 중소서점이 대형서점과의 경쟁에 밀려 도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비해 온라인 서점 매출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자료로 확인했을 때 역시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동네 서점이 아닌 대형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에게 물어보았을 때 “(동네 서점에서) 쿠폰이나 적립금 같은 가격 혜택이 없다면, 당연히 대형서점이 이용 면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환/환불 정책, 책의 다양성 등 대형서점의 서비스적인 측면을 보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대형서점을 더 자주 이용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논술학원 강사인 김선주 씨(49)는 “인터넷 서점 많이 이용하죠. 동네 서점에 없는 책을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 직접 가지 않아도 배송까지 해주니까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대형 서점을 이용한다고 했다. 김선주 씨는 이어 “도서정가제는 소비자도 그렇고 동네 서점도 그렇고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를 못 하고, 동네 서점 입장에서는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도 효과도 없잖아요. 이미 도서 시장도 e-book이나 이런 전자 도서로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 인터넷 같은 대형서점이 더 유리한 판매 구조를 가져가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덧붙여 말했다.

▲  ‘주로 이용하는 서점’의 이용률 변화 추이(성인) (출처: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 출판산업 동향-201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자료만 보더라도 동네 서점의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이후에는 가장 최저 수준을 보인다. 그에 반해 온라인 서점은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형 서점 역시 안정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사람들

도서정가제를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출판업계에서는 도서정가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1년 사이에 책값이 10%가량 올랐으니 단순히 보면 책값이 오른다고 볼 수 있지만, 멀리 보면 도서정가제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소설가나 책을 출판하는 출판 업계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책은 상대적으로 물가인상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서 할인율이 줄어드니 출판업계는 그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 그렇지만 출판업계와 동네 서점 둘을 구원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동네 서점을 위한 법안, 현실은

그렇다면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평 ‘유명서적’을 운영하는 홍은기 씨(50)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서정가제 처음 실행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홍은기 씨: 원래 서점 운영을 10% 할인으로 했었죠. 그나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어요. 아시다시피, 여기서 10분 20분만 나가면 남양주 평내 호평이나 춘천에 교보문고 있고 스마트 서점 있잖아요. 동네 서점 운영해서 버티려면 대형 서점보다 할인율 높여서 판매해야죠. 근데 도서정가제 시행하니까 처음에는 10% 할인이랑 마일리지 적립해서 특혜를 줬는데, 그마저도 수익이 많이 창출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동네 서점 살리겠구나’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 한 거죠.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되었는데, 소상공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홍은기 씨: 개정이 된 줄도 몰랐어요. 보통 같으면 지자체나 도청에서 공문을 내려주든가 할 줄 알았어요. 뭐 뒤늦게 개정되었다고는 하는데, 어차피 10%까지밖에 할인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서점에서 사는 게 좋은 점은 책이 재고가 되어있으면 빠르게 구매할 수 있고, 여기서 책 도매 신청해도 2~3일이면 도착해요. 아니면 마일리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인터넷이랑 가격이 똑같이 할인되면, 누가 서점 찾으려고 하겠어요.

 

정부에서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 도서정가제 법안을 실행했는데, 법안 이전 이후로 큰 매출변화가 있으셨나요?

홍은기 씨: 매출은 줄어들었더라도 솔직하게 ‘도서정가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워낙 인터넷에서 출고가 빨라지고, 할인도 일반 서점이랑 같잖아요. 급한 거 아니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인터넷 많이 이용하죠. 서점에 손님들이 찾는 책이 무조건 재고되어있는 것도 아니니깐요. 그런데 서점 찾는 손님 중에도 간혹 물어보시는 경우 있어요. 대형서점보다 원래 더 저렴했는데, 가격이 비슷하다고 물어보시죠. 도서정가제로 10% 할인을 마지노선으로 잡으면, 할인 안 하던 대형서점들도 할인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면 동네 서점을 살리는 정책이 안되죠.

 

도서정가제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홍은기 씨: 할인을 하지 않던 대형 서점들도 10% 할인을 시작하면서, 동네 서점이랑 경쟁하면, 경쟁구도가 되지도 않아요. 당장만 봐도,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은 유동인구가 훨씬 많잖아요. 여기보다 몇 배는 많은데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다 대형서점으로 나가요. 같은 가격이면,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재고 많은 서점이 좋잖아요. 그렇게 보면,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좀 역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도서정가제는 동일한 출반 선상을 두고 서점들이 경쟁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출발 자체가 다르다. 정부가 내놓은 ‘도서정가제’는 오히려 이용이 더 많은 대형 서점에 수혜를 주는 법안이 되었다. 대형 서점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고정되고 이용률은 증가하니, 손해 볼 것이 없다. 반면 동네 서점은 할인 폭이 고정되니, 기존은 동네 서점은 매리트를 잃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줄었다.

 

◇2020 도서정가제 개정, 어떻게 변할까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조사해본 결과 온/오프라인 서점을 차별하는 현행 도서정가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도서정가제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동네 서점들에 대한 진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 외에도 출판계가 앞장서서 스스로 거품 가격을 제거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 출처: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답변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들고 왔다. 책을 읽는 문화 조성을 위해 동네 도서관이나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구축하고, 국민의 도서 구입에 대한 부담 절감을 위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제도’ 및 구간에 대한 정가변경 제도 추진, 출판 산업 재활성화를 위한 관련 지원 정책을 검토/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을 보아 도서정가제는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또한 국민이 원하는 도서정가제 폐지, 개정에 관한 얘기와는 부합하지 않는 답변을 정부에서 낸 것이다.

▲  폐점위기에 놓인 동네서점, 밖에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출처: 경인일보)

◇동네 서점을 살리자던 도서정가제, 정의로운 법안이 되려면

평등을 위한 법안이라고 생각했던 도서정가제의 실상은 불평등이었다. 매출액부터가 다른 대기업과 동네 서점을 동일 선상에 두고 시행한 법안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한쪽이 유리한 지점에서 경기를 치르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동네서점은 대기업의 골대에 골을 넣기에 불리한 상황에 부닥쳐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정책은 불리한 상황의 사람을 구제해줄 수 없다. 정부는 동네 서점에 추가적인 지원을 하여 대기업과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도서정가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했고, 오히려 대기업만이 득을 볼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평등을 위해서는 차별적인 법안으로 대응해야 함을 정부는 간과한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온/오프라인 서점을 차별하는 법이 필요하다. 만약 도서정가제 법안이 개정된다면,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법안 개정을 해야 할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취재 및 제작: 고태훈, 박혜정, 우혜정, 유광종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