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와 ‘햄릿’ 비교

▲ 출처: 네이버 책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읽으면 낯설지만 익숙한 이야기가 느껴진다. 최근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JTBC 드라마’부부의 세계’가 떠오르기도 한다.

‘부부의 세계’ 속에서 이태오가 재력을 얻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저지르는 만행과 지선우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다가 결국은 망가져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이 보여 진다.

이와 유사하게 ‘햄릿’ 속에서 조카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이 아버지가 된 클로디어스의 모습과 그런 그에게 복수 하기위해 어머니와 플로니어스 가문을 희생시키는 햄릿의 모습이 ‘부부의 세계’와 오버랩 된다.

이러한 글의 전개는 관객의 입장에서 “‘막장’이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막장’의 본래의 뜻은 ‘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위해 뚫어 놓은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비상식적인 행위나 행동을 표현할 때 사용하며 드라마의 내용이 불륜, 살인 등 비인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때 사용한다.

 

‘햄릿’은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4대비극 작가라고 불리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5막 20장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인 햄릿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고 강인한 존재처럼 보이나 내면은 한없이 연약한 인물로 그려졌다. 주인공인 햄릿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극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숙부이 아들이 된 것이다. 햄릿은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알 지 못했다. 그러나 1막에서 햄릿의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말하며 햄릿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햄릿은 클로디어스가 선왕을 죽였다는 것을 확신하고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두 번째 비극은 자신이 마셔야 할 독물을 자신의 어머니인 거트로드가 마셔 죽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햄릿은 더욱 나약한 인물이 되고 관객은 햄릿에 슬픔에 공감하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 비극은 자신이 사랑한 오필리어가 사랑에 실패하자 실성하고 결국 자살한 것이다. 햄릿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폴로니어스와 오필리어는 그의 마음을 오해하게 되었다. 결국 오필리어가 자살하게 된다.

비극 속에서도 햄릿은 좌절하지 않고 ‘진정한 선’에 대해 고민한다.

‘햄릿’은 결국 숙부에게 복수를 성공하지만 스스로 독이 묻은 칼에 숨을 거둔다는 비극적인 결말이다. 서로 죽고 죽이며 파국으로 흘러간 이야기는 덴마크 왕위마저 노르웨이의 왕자인 포틴브라스에게 돌아가며 이야기가 끝난다.

 

▲ 출처: JTBC 부부의세계 홈페이지

‘햄릿이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이 되고 지금까지도 읽히는 이유와 ‘부부의 세계’가 높은 시청률과 큰 사랑을 받은 이유 무엇일까?

두 이야기의 결말은 각자의 욕심 때문에 서로를 괴롭히다 결국은 자신마저 비참해진 모습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결말은 예상가능하고 흔한 결말일 수도 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부부의 세계’속에서 지선우라는 인물이 아들인 준영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장면과 ‘햄릿’속에서 햄릿이 아버지가 하지못한 복수를 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이다.

슬프게도 우리가 뉴스를 보면 ‘막장 드라마’에서 보던 비상식적인 일들이 수 없이 쏟아진다. 관객들은 작품과 닮은 우리에 일상에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삶에 지쳐 있는 관객에게 재미와 위로를 전해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인물의 마음에 이입되어 ‘우리는 어떠한가?’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관객에게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 이유는 클로디어스가 저지른 비이성적인 행동이 결국은 나라와 거트로드 모두 잃는 행동이 였다는 것을 관객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부의 세계’속의 실제같은 배우의 연기력과 조명, 구도와 소품 등을 통해 관객은 영상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햄릿’속의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이 지겨울 수 있는 주제를 새롭게 만들어 주었으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 자는 것뿐 일 지니, 잠 한 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1998), 민음사, 『3막 1장』

햄릿의 비참한 마음을 담담하지만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햄릿이 사람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부부의 세계’와 ‘햄릿’을 비교한 이유는 비극이라는 장르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다는 공통점과 다른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는 차이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햄릿’은 글과 공연을 통해 전달되었다. 음향과 조명, 편집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내용이 전달하고 몰입감과 긴장감을 주는 영상의 특성과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며 인물의 마음을 되뇌게 되는 ‘책’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기술과 영상의 기술이 발달하여 비극을 더욱 사실과 같이 전할 수 있지만 셰익스피어가 현존했던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그 중에서도 ’햄릿’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