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돌아본 사회

  수면위로 떠오른 신천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인 사이비 종교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신천지 신도 중 청년 비율이 유독 높았는데, 왜 청년들이 전도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확진자 중 30%인 20대가 대부분 신천지 교인이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이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청년들에게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 여론은 커져만 갔고, 교인들은 자신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대구 신천지 신도들은 감염보다 ‘신밍아웃’(신천지+커밍아웃)이 더 무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고립, 더 나아가서는 단절이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청년의 신천지’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하였다. 단순히 신도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서 포교활동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구조적 관점으로 조사하였다. 최근까지도, 주로 번화가에서 이루어지던 포교활동이 교내에서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청년들이 왜 신천지라는 종교에 가게 되었는지, 다른 종교와 다른 부분은 무엇이 있었는지, 무엇이 그들을 위장 포교하게 했는지와 같은 물음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한다.

  사이비 종교의 취약층이 되어버린 청년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또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도가 증가하는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또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사회가 신천지 현상을 통해 어떤 경고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와 사이비 종교의 서로 다른 관점 속에서, 긍정적 변화를 위한 소통의 창이 되는 첫걸음을 떼고자 한다.

  사이비 종교에 의지하는 청년들

  신천지라는 종교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나 대학교 안에서 사이비 종교의 전도행위는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청년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가였다. 또 신천지 라는 종교를 어떻게 믿게 하는가도 알아보아야 했다. 먼저 신천지 신도였던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의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는 심리상담을 명목을 많이 접근한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데 유용하다는 식으로 꾀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무료 심리검사를 해준다고 하면서 접근해 안심을 시킨 뒤 평범한 기독교 모임이나 세미나를 데려가는 방법으로 신천지에 점점 빠져들게 하였다. 세 번째는 평범한 단체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천지를 조사한 변상욱 전 CBS 대기자의 2012년 당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대·전남대·영남대·공주대에서 신천지 동아리가 있었다고 한다. 또 2017년에는 공주대에서만 7개의 신천지 동아리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또 신천지를 탈출한 신도의 증언에 따르면 포교를 하기 위해서 뜨개질 동아리를 만들어서 교묘하게 신천지를 포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심할 때까지 일반적인 기독교 교회나 신천지가 아닌 것처럼 접근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전도사가 집중적으로 포교대상을 관리하는데, 밥을 사주고 고민 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심리적인 장벽을 허문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심리적으로 괴로운 청년들은 점점 신천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과 사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신천지가 채워주는 것이다.

▲ 출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 제작: 김동욱
   

  신천지는 청년들에게 더욱더 공을 들였다. 김강림 한국기독교 이단 상담소 전도사는 청년들이 기동력이 좋고 포교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서 신천지에 빠져들게 한 다음에는 청년들에게 그럴듯한 보직을 주어서 그 역할에 심취하게 한다. 그렇게 대우받다 보면 그 역할에 빠져들고, 특별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당하였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더욱더 신천지라는 집단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소외된 청년들의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20대의 행복도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가장 낮은 편이다. 더불어서 20대의 불안 지수가 가장 높았다.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언뜻 듣기엔 좋은 말이지만 한국의 청년들을 옥죄는 한마디로 봐도 무방하다. 항상 엄친아는 내가 아니라 항상 성적 좋고 좋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나와 비교된다. 어릴 적부터 이런 비교에 옥죄여서 의지할 곳을 잃어간다. 끝없는 비교와 경쟁으로 우울증에 걸리는 20대들도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 틈을 신천지가 노린 것이다.

▲ 신천지 대구교회 전경 /출처:뉴스1

  사이비 종교는 지식이 부족해서 가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고학력자들도 사이비 종교를 믿고 있다고 한다. 덧붙여서 일본에서 사린 테러를 가한 옴진리교의 실행범들도 모두 고학력자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파편적인 것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사이비 종교가 그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준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독교도 반성 할 부분이 존재한다. 기존 교회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신천지에 온 교인도 있다고 한다. 또 교리나 성경에 대한 배움이 있다기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지쳐서 신천지에 온 예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신천지를 떠나서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천지가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청년들이 신천지로 향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비교와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이다. 그 속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기댈 곳 없이 경쟁 사회에 홀로 던져진 청년들은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신천지가 그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 입단자 중 고학력자가 많았다는 사례처럼 그들이 몰라서, 무지해서 입단한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채워주지 못했던 무언가를 채워줬기 때문에 청년들은 그곳에 알면서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포교 방식 자체도 심리적 허기를 채워주는 방식을 통해 빈틈을 파고들었다. 의지할 곳이 없어 신천지로 내몰린 청년들을 또 다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신천지가 청년들을 끌어들인 방식과 그들이 신천지로 향하게 된 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급격하게 변화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타인을 향한 쉬운 비난과 질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힐링이라는 콘텐츠가 급부상하게 된 것도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문화평론가들의 줄지은 칼럼이 있을 만큼, 누군가에겐 비정상 종교집단으로 보이는 신천지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겐 ‘힐링’이 되는 곳이었을 수 있다. 점점 구석으로 내몰리는 청년 세대에게는 막다른 골목길의 마지막 동아줄이었을 거다.

  공동체가 같이 찾아야 할 해답

  이런 현상을 과연 청년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 포교에 빠지게 된 개인뿐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 사회가 청년들에게 채워주지 못하는 사회적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오롯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벗어남으로써 청년들에게 다시 허기를 느끼게 해선 안 된다. 사회의 구조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만약 이를 채워주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사이비에 빠져드는 청년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신천지를 비롯한 사이비 종교들은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청년들을 대한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알면서도 그들에게 가해졌던 비난은 청년들에게 오히려 그들을 더 깊은 늪에 빠지게 할지 모른다. 중요한 건 나서서 비난할 게 아니라 청년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 역시 청년들이 인정받고 설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들은 스스로 그 고리를 끊고 다시 건강한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사 작성: 김동욱, 김새연, 윤수빈, 오주영, 손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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