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못할 이유 있나?

“GMO완전표시제” 21만 국민청원, 청와대 답변 ‘흐지부지’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식품이 국내로 들어온 지 20년이 흘렀다. GMO 식품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이다. 그 때문에 GMO인지 모르고 먹는 경우가 많다.

2018년 3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이 공개된 이후 다음 달 4월 9일 국민청원 동의 수가 21만 명을 넘겼다. 국민 청원 글이 공개된 시점으로 ‘30일 이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후 5월 9일 청와대에서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 촉구’에 관한 청원 답변을 내놓았다. 답변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이 진행했다. 청와대에서는 “정부 부처 간에도 입장의 차이가 있고,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GMO는 현재로서는 안전하고, 안전성 외에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물가 상승 우려”임을 밝혔다.

답변 원고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64255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올해 5월 19일 농민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GMO OUT!”을 외치고 있다. 출처 – 농수축산신문.

2년 전 청와대에 답변에도 불구하고 GMO완전표시제 시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취재팀은 GMO가 무엇인지, GMO와 관련된 논란이 왜 지속하는지, GMO완전표시제에 대해 보도하려 한다.

 

GMO 득인가 독인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무엇일까?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생산방식으로 나타날 수 없는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이다. 대표적으로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이 있다. 이를 사용하여 만든 식품까지 모두 GMO라고 말한다.

 생산과정은 미생물, 식물, 동물 등에서 유용한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찾아내 재조합 유전자를 만든다. 이후 형질전환 과정을 거쳐 식물세포를 만들고 이를 생물체로 키우면 GMO가 탄생한다.

▲ 제작 - 김지성

GMO는 1973년 코헨 박사에 의해 탄생했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목화, 콩, 벼, 옥수수, 밀의 유전자 변형이 단계적으로 성공했다. 1996년부터 미국에서 상업적 목적을 가진 GMO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GMO 기술은 미래 식량 수요를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네이처 생명공학지에 따르면 연구 결과, GM 작물이 일반작물보다 수확량이 많았으며 해충 저항성 면화는 무려 30%나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크롭라이프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드와 식물 생명공학 담당 이사는 “생명공학 작물 재배가 농업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해충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세계적 식량 위기 극복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내성을 지닌 잡초와 같은 또 다른 환경문제 가능성도 있다. 안전성 문제 역시 논란이다. 학계는 장기 섭취 시 암, 불임,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대 주장과 맞물려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 국립학술원은 GMO와 질병 사이에 연관성을 밝히지 못한 점을 들며 안전성을 주장했다. 한편 한국바이오안전성 정보센터(바이오정보센터)에서는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개발 역사가 짧아 장기간 섭취 시 인체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GMO 완전표시제, 명분인가 실리인가?

▲ 제작 - 김지성

국내에서 GMO 표시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정한 유전자변형식품(GMO) 등의 표시기준에는 콩∙옥수수∙면화∙카놀라∙사탕무∙알팔파 총 6개의 작물을 대상으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제조∙가공 후 유전자 DNA 또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GMO 농산물을 생산∙수입∙유통 단계에서 GMO 성분이 3% 이하인 경우 GMO 표시를 면제해주는 예외 조항이 있다.

GMO 표시 예외 조항에 대해 국회의원 윤소하(정의당),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 변형 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했을 경우 예외 없이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주부인 나진영(50) 씨는 “소비자로서 당연하게 GMO 식품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정부에서 GMO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GMO 완전표시제 필요성을 말했다.

2018년 5월 8일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21만 명을 넘어선 이유다. 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아이쿱 등 5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은 ‘내가 먹을 식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외쳤다.

청와대 측은 GMO 표시제를 당장 완전표시제로 바꾸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표시제를 바꾸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로는 물가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낮아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이 많다. Non-GMO는 GMO보다 비싸기 때문에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전통 작물 구매 그리고 GMO DNA 검사와 표시를 위한 포장 변경 비용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이유는 GMO 식품과 연관된 나라와의 무역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생기는 마찰 가능성을 주장하며 자세한 내용은 삼갔다.

고희종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GMO라고 하는 것은 유전자 1~2개를 넣어 단백질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지,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변하지 않는다. GMO 옥수수 포도당과 일반 감자 포도당은 100% 일치한다. GMO 식품에서 단백질을 제외하고 사용한다면, 일반 식품 사용과 동일하고, 가공식품 원료에는 GM 유전자 없다. 즉 GM이 아니다. GM 성분 또는 DNA가 안 들어갔을 경우에는 완전표시제 사용은 불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답변에 <뉴스타파>는 Non-GMO 원료를 사용할 경우 식품 산업 비용이 1.28~2.35% 인상을 예상했다. 식용유 1.8L를 기준으로 했을 때 4,000원의 가격이 5,000원으로, 학교 급식은 한 끼 3,000원 기준 끼니당 111원으로 인상된다. 가격의 상승이 물가 상승과 계층적 갈등에 우려가 될 만큼 큰 비용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경신련 소비자단체는 “정부 말대로면 한국보다 강화된 GMO 표시제를 하는 선진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국가 간의 마찰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 사실 왜곡과 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쿱 대구지사 관계자는 “GMO 식품의 유해성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예방하고 싶은 것뿐인데, 소비자들이 알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강원대 교수는 “다음 세대를 위해 GMO 완전표시제 도입 여부를 비롯한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O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

▲출처 – 코메디닷컴

GMO 식품을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격렬하다. 누군가에게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단지 불안한 먹거리일 수 있다. GMO 완전표시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소비자들이 식품 정보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완전표시제는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종원 한일장신대학교 교수는 "단순 GMO가 해롭다는 주장으로 그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 전 엄격한 테스트의 필요성과 GMO 생산 기업의 완전 표시제 요구 등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승환 교수는 “GMO 완전 표시제 관련 시민 단체와 국민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MO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을 판단하는 몫은 소비자에게 있다. GMO 완전표시제를 통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식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취재팀 =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지성, 이주현, 전시현, 전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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