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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메일함에는 999+라는 숫자가 항상 띄어져 있고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뜬다. 그 메일을 처음 확인했을 때는 여느 때처럼 알림을 지우려고 그랬다. 하지만 미리 보기로 잠깐 뜬 메일의 내용을 보고 나는 지울 수 없었다.

 

 

 

“잘 지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이렇게 연락 남겨. 사실 네가 이 연락을 볼지 확신도 없지만, 혹시라도 네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 ”

 

 

 

 너랑 연락을 마지막으로 한 지가 언제였더라 생각해 봤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의 같은 과를 나오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정을 나눴던 단 한 명의 친구가 너였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여러 준비를 하다가 보니, 네 연락을 받는 건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아니, 끊긴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끊었던 것 같다. 내 삶을 살기 위해 너무 바빴기 때문에 너에 대한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혔다.

 메일을 읽기 전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메일을 다 읽으면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지 문득 무서웠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손은 메일함 앱을 터치하고 있었다. 내용은 대략 잘 지내고 있는지, 자신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등 간단한 안부 인사였고, ‘부담스럽지 않다면’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너는 왜 ‘부담스럽지 않다면’이라는 말을 썼을까. 내가 널 부담스러워해서 연락을 끊은 줄 아는 건가? 전혀 아닌데. 네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너무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 뿐인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는데. 여기서 무언가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답장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이제야 연락하면 뭔가 달라질 일도 없고 너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니 단정 지었다. 그 이유는 나 스스로가 너는 내 연락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오산이었다.

 너에게 답장을 보냈다.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라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뿐이라고. 네가 나와 같이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한 것처럼 나 또한 그리워했다고 보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았다. 네가 나한테 말한 것처럼, 나는 네가 이 메일을 볼지 안 볼지도 모르겠다. “못 보고 약속에 나오지 않는다면 혼자 추억여행이나 하지, 뭐. 그래도 네가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라고 생각했던 게 일주일 전, 오늘은 바로 약속 잡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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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메일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괜히 두려워서 일주일 동안 메일 앱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과연 네가 나왔을까. 곧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5분 뒤가 되면 약속한 시간이다. 네가 나왔을까? 아니면 일방적으로 약속 잡은 내가 미워서 안 나왔을까? 5분이 지나고 7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약속한 것보다 항상 일찍 나와 나를 기다리던 너인데, 역시 안 나오는 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1분만 더’ 하며 너를 기다렸다. 결국 1시간이나 지났지만, 너는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내가 미웠겠지. 그러면 왜 나한테 메일을 보낸 거지, 애꿎은 네 탓만 했다.

 

 몸을 일으켜 발을 뗀 순간, 네 목소리가 들렸다. 적막만 가득했던 곳에서 네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네가 있었다. 그런 네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네가 약속에 왜 늦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너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현재의 우리가 그때의 우리 모습으로 재회했다. 너와 내가 다시 만났다. 영영 못 만날 것 같은 너를, 네가 보낸 메일 하나로 우리는 다시 만났다.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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