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더랜드 에코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l I Die)'. 축구 다큐멘터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다. 잉글랜드 축구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국적에 관계없이 축구팬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2017-18시즌을 다룬 시즌 1을 시작으로, 최근 4월 1일 2018-19시즌을 다룬 시즌 2가 발표됐다.

선더랜드 AFC는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됐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는 지동원-기성용이 뛰었던 팀이자 한때 나이얼 퀸, 케빈 필립스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명문팀으로 유명하다. 1부 리그 우승 트로피는 무려 6개로 다른 명문팀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강등 이후 선더랜드는 큰 부침을 겪었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다시 희망을 보이며 승격하는 선더랜드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또 한 번 강등이었다. 2년 만에 1부 리그에서 3부 리그로 향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히려 선더랜드의 절망적이었던 현실과 쉽게 이뤄지지 않는 기적을 담아내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18-19시즌, 실제로 선더랜드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다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격) 승격을 바라봤다.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도 포츠머스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의 결말은 선더랜드 팬들에게 눈물로 남았지만, 이 과정에서 선더랜드는 새로운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수비수 루크 오니엔(Luke O'Nien)이다.

▲ ⓒ위컴 원더러스 공식 홈페이지

1994년 11월 잉글랜드 헤멜 헴스테드 태생의 오니엔은 왓포드 FC 출신이다. 싱가포르 태생의 외할아버지가 있어, 싱가포르를 대표해 유니폼을 입을지도 모르는 선수다. 본론으로 돌아와 당시 왓포드는 챔피언십의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었는데, 오니엔은 프로 데뷔에도 성공하고 주전은 아니었지만 출전도 종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왓포드에 오니엔의 자리는 없었다. 워낙 어린 나이기도 했고, 왓포드는 매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는 팀이었기 때문에 오니엔에게 주전 자리를 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오니엔의 선택은 임대 이적이었다. 7부 리그격인 이스미언 리그 프리미어 디비전의 윌드스톤으로 대략 1년 2개월간 떠났고,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보낸 후 복귀한다.

오니엔이 복귀한 왓포드는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한 팀이었다. 이탈리아 포초 가문을 등에 업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승격에 성공한 뒤에도 강등되지 않기 위해 톱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역시 오니엔이 설 자리는 없었다. 마침 잉글랜드 리그 2(4부 리그격) 위컴 원더러스가 러브콜을 보냈고, 오니엔은 2017-18시즌 위컴의 잉글랜드 리그 1(3부 리그격) 승격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2018-19시즌을 앞두고 오니엔과 선더랜드의 인연이 시작된다. 선더랜드는 리그 2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던 오니엔이 선더랜드의 챔피언십 승격에 큰 힘을 보탤 것이라 생각했다. 오니엔도 선더랜드의 제의를 수락하며 붉고 하얀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다. 그리고 현재까지 오니엔은 선더랜드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 ⓒ크로니클 라이브

오니엔의 장점은 '단점이 없다'는 것이다. 우측면 수비수, 우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은 물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순발력도 갖췄다. 활동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입단 첫 시즌에는 적응 시간이 필요했지만, 올 시즌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이전까지는 43경기 4골 6도움을 기록하며 핵심으로 활약했다.

실력뿐이랴, 오니엔은 대런 깁슨, 잭 로드웰 같은 선수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노력해 자신의 자리를 쟁취했고, 더불어 선한 인성까지 남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선더랜드의 새로운 아이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오니엔의 나이는 아직 25세다. 보통 축구 유망주로 평가받는 마지노선이 23세임을 감안했을 때, 이제 막 유망주를 벗어난 선수라는 것이다. 언제든 상위 무대에서 볼 기회가 있고, 오히려 선더랜드를 그 상위 무대로 이끌 가능성까지, 충분하다. 그리고 하나 첨언하자면, 루카스 레이바나 조던 헨더슨 같은 선수들이 그랬듯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들은 항상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루크 오니엔,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 몇 년 안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게 될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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