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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볕이 물러가고 어느덧 찬 바람만이 부는 겨울이 다가왔다. 이맘때면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친구를 볼 수있는 계절이 왔다. 이제껏 보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그 친구를 볼 수있게 되었다.

 때는 4년전 고등학교를 입학한 나는 아무런 의욕도 없었다. 평범한 가족에 성적은 중하위권 성적, 공부머리가 있는것도 아닌 나는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의욕없는 나에게도 단 하나 원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여자친구와 함께 첫눈을 보며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어주느 것.

평소에 사진을 즐겨찍는  나느 부모님에게 공부한다는 핑계로 DSLR카메라를 얻어냈다. 지나가는 풍경을 찍거나 사람사는 모습을 찍으며 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푹 빠졌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도 나는 사진찍는데만 열중해서 뭘 하다 온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대롸 다름없이 길을 걷던 중 한 여학생이 내 카메라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거 되게 비싸 보이는데 좋은 건가봐요?"

뭐지, 나한테 관심있나? 하는 생각도 잠시 카메라 부품부터 찍는 요령까지 알려주는데 정신이 팔린 나는 그 하생의 이름도 못 물어봤다. 그렇게 의문의 여학생과 헤어지고 다음 날  독같은 길을 걷고있다 마주친 어제 그 여학생.

"뭐지, 여태껏 한번도 못 봤는데 요즘 자주 보이네?"

나는 먼저 그 학생에게 다가가 어제봤던 카메라 학생인데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 여학생은 반갑게 인사해주며 다시 카메라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갈 무렵 나는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서미진, 지난주에 이 근처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 이후로 수업이 끝나고 집을 갈 때 미진이와 얘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점점 친해진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진이와 사진을 찍을때면 사진이 흐릿하거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고 이틀후에 첫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미진이에게 고백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첫 눈이 오는 당일, 미진이를 불러내어 솔직하게 고백했다.

"미진아, 나랑.. 사겨줄래?"

한참을 말 없이 바라보던 미진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사실 아무도 사귀면 안돼. 네가 알면 놀랄 이유가 있어."

결국 이렇게 미진이와 멀어지나 싶었지만 미진이는 덧붙여 얘기해줬다.

"내가 지금 얘기하는거 잘 들어. 나 사실..."

그 순간 기다리던 첫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속에서 얘기하는 미진이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서늘하고 우울해보이는 모습이었다.눈 틈속으로 미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남들한테는 안 보여. 너한테만 보이는 애야."

이게 무슨 장난이지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미진이의 표정은 거지말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귀신이랑 친구였던 거야? 우리가 이때가지 찍은 사진이 초점이 안맞았던 이유도 미진이 때문인거야? 그 생각도 잠시 미진이는 나에게 말했다.

"내 정체를 알았으니 우리는 이제 못 만날거야. 하지만 너랑 카메라는 기억할게. 첫눈 내리는 날, 날 기억해줘. 안녕." 

눈 사이로 걸어가는 미진이가 점점 흐려지더니 내 시야레서 사라졌다. 전부 꿈만 같았다, 내가 귀신이랑 친하게 지냈었다니, 내가 귀신을 좋아했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이 끝나고 나는 카메라에 있던 사진들을 확인했다. 미진이와 찍었던 사진에는 내 얼굴만이 나와있었고 미진이의 얼굴은 없었다. 첫 눈 오는 날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미진이가 사라지고 나는 계속 카메라를 공부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매년 첫 눈오는 날 내가 미진이에게 고백했던 장소를 찾아가 우두커니 서있다. 혹시나 다시 그녀가 나타나지 않을까. 첫 눈 내리는 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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