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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늘 고객을 맞이하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돈을 내어주고 누군가가 원하는 어떠한 것을 해주는 일상. 은행원이다. 

퇴근할 때가 되면 항상 손은 까매지고 종이냄새가 난다. 언제쯤이면 그만둘까 싶다가도 '이거 아니면 내가 돈 나올 곳이 어디겠어'라고 생각하면서 버틴게 벌써 3년이다.

"이제 그만 퇴근하지" 라고 부장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을 향했다. 근데 무슨생각이었던지 나는 바다로 향했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을까? 같은 일상을 반복하기 싫어 탈출을 감행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냥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흔히 '현타'라고 말하는 그 시간이 왔던 것 같다. 바다를 보고 한참을 서있었던 그 때, 바다가 출렁거렸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느낌이었다. 빨리 발길을 돌려 집에 가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정했다. 그냥 가만히 서있고 싶었다. 저렇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가 꼭 내 인생 같어서. 안정적이지 못한 나 같아서. 

사람들이 '바람도 부는데 파도의 높이가 커질 것 같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어우 춥다'라는 말이 귀에 들렸지만 부정했다. 나는 그 폭풍우에서 꼭 무언가를 얻어가야만 하니까. 무언가는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더 생각해보고 느끼기로 했다. 

30분을 혼자 가만히 서 있었다. 내 무게를 싣고있던 발은 점점 아프다고 화를 냈고 내 몸은 춥다고 나에게 화를 내었다. 점점 입술이 파래져만 갔다. 하지만 무슨 오기였을까? 나는 더 서 있었다. 그런 느낌을 아는가? 뭔가 크게 내 뒤통수를 치고간 느낌. 

한참 바다를 보니 그때가 생각났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처음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내었을 때. 

"엄마, 엄마는 행복해?"

"우리 다은이, 행복이라는 말도 할 줄 알아? 행복이 뭔데?"

"행복은 따뜻하고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라고 했어."

"그럼 우리 다은이는 지금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

"응, 엄마랑 바다에서 같이 놀고 아빠도 저렇게 지윤이랑 쉬고 있으니까 행복해. 그래서 엄마는?"

"엄마도 행복해. 다은이랑 이렇게 함께해서"

"엄마, 나는 엄마처럼 멋있는 은행원이 될꺼야. 엄마처럼 예쁜 옷 입고 일하는 은행원"

그렇다. 지금은 혐오하는 이 은행원이라는 직업 하나만 보고 나는 학교를 다니고 취업까지 했다. 이유없는 직장이 날 옥죄였지만 그때는 정말 하고 싶었던 직업이었고 나는 은행원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행복하지 않은걸까? 

은행원이 유일한 행복이라고 믿었던 나는 은행원이 되고 나선 또 다른 행복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3년동안 버틴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갈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박차고 나가야 했던 것이었다. 

1시간동안 폭풍우 치는 바다를 보며 얻어낸 것이 겨우 '행복'이라니 허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했다. 이젠 구름위에 있는 기분만 느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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