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f

▲ ⓒ영화 '기생충'

10년 전 나는 아직 그날을 기억한다.

 

나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생일을 맞았다. 들뜬 마음으로 간 캠핑은 무산이 됐다. 그래서 고집을 피워 나는 정원에서 텐트를 치고 홀로 캠핑놀이를 했다. 전부터 이상하던 전등이 이상하게 깜빡거렸다. 종이를 꺼내 일정하지 않은 점을 기록했다. 아람단원인 나는 이 점들을 하나 하나 해석했다.

 

‘다송아 생일 축하해, 생일축하해,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몇 번이고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무서웠다. 그래서 무전을 들고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 날씨는 맑으다 오바, 비구름은 끝이구려 오바’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5년 전 모두 떠나버렸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 가족은 낯선 사람들과 다시 함께 살았다.

나는 그날 이후 생일마다 집 앞의 산으로 갔다. 그곳에 앉아 모스부호를 해석했다. 메시지는 항상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일이 있고 난 후 딱 10년이 되는 해 나의 생일. 오늘은 모스 부호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흘렀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이상한 생각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집에 누군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가끔은 탁, 탁, 탁, 탁 이상한 환청도 들리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면, 잠을 못 이루고는 했다.

 

태양이 떠오르고, 새벽은 금세 아침이 됐다. 학교를 나서는데 엄마의, 예민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줌마! 청소를 어떻게 하는 거야?”

 

“...”

 

“내가 화 잘 안 내는거 알잖아요. 그런데 집에서 냄새가 난다니까? 청소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네, 사모님 정말 열심히 청소하고 있어요.”

 

우리 집에서는 언젠가부터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줌마가 청소를 꼼꼼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이주가 흘렀다, 냄새는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듯 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이사를 결심한다.

 

이사를 가던 마지막 날 나는 산으로 올랐다. 전등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줘’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노트를 덮고는 산을 빨리 내려왔다. 무섭고 오싹했다. 이 집을 떠나는 마당에 나는 우리 집의 무언가를 확인하러 지하로 내려갔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가 나는 근원지부터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창고를 뒤지고 돌아다녔다. 이상하게 큰 찬장 앞만 지나가면 냄새가 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찬장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찬장을 움직여 보려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찬장 건너에서 내가 듣던 환청이 들렸다.

 

‘탁, 탁, 탁, 탁’

 

찬장을 옆으로 밀었다. 이상한 소리와 함께 찬장이 밀렸다.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눈 앞에 계단이 하나 있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언젠가 엄마가 나한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완전 꼬맹이일 때 거품 물고 쓰러졌던 거 기억나?’

 

터벅, 터벅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다송아”

.

.

.

내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던 이유와 함께, 나는 또 한 번 거품을 물었다.

눈을 떴을 때 병실 천장이 눈에 뛰었다. 눈앞에는 누나만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내 귀에 들리는 소리.

 

[모기업 사장 주택에서 시체 한구와 사람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