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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그러니까 깡촌이라고 불리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나비와 함께 살 때 말이야. 그날따라 나비가 안 보이더라고, 구름은 할머니의 머리칼처럼 회빛이 돌던 날 네가 날 찾아왔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늘 폭풍우가 올 거래. 나는 개울가로 놀러 가고 싶었는데, 극구 말려서 가만히 방 안에 있었어. 방 안은 너무 심심하고 재미도 없는 거 있지. 그렇게 심심한 방 안에서 폭풍우라는 놈이 가기를 기다렸는데 네가 왔어. 하늘은 화가 났는지, 슬픈지 눈물을 뿜어내고, 불을 뿜어내던 그 날. 어두운 방 안이라서 난 널 볼 수는 없었어. 그런데 네가 온 걸 느낄 수는 있었지.

 

‘밖으로 나가자’

 

나를 유혹하는 소리에 홀려서 나는 너를 따라나섰는데, 정말 신기한 거 있지. 우산을 쓰지 않았는데 옷이 젖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그때 처음 해본 거 같아.

 

‘개울로 가자’

 

오늘 가지 못한 개울을 너랑 같이 갔어. 내가 알던 개울은 얕기만 했는데, 너와 함께 간 그곳은 낯설었어. 잔잔함은 어디 가고 일렁이는 물은 충분히 나에게 공포였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난 발길을 돌렸는데, 네가 마법이라도 건 것처럼 내 몸은 개울로 움직이고 있었지 뭐야.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어.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 그냥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물과 더욱 가까워져 가고 넌 웃기만 하더라.

 

“예끼! 이놈 썩 물러가!”

 

동네에서 귀신 본다는 무서운 김씨 아주머니가 팥인지, 소금인지 모를 무언가를 뿌리며 내 팔을 잡았어. 나는 그제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고, 나오지 않던 눈물이 흐르더라고. 김씨 아주머니는 나를 안고 우리 집으로 갔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놀라서 신발도 채신지 않고 나를 받았어. 그 과정은 솔직히 기억이 않나. 내가 넋이 나가 있었거든. 그리고 몰랐는데, 내 몸이 비에 흠뻑 젖어있었어. 그렇게 한밤의 사건은 여차저차 지나갔어. 그런데 너는 매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날 찾아오더라? 그날 이후로 난 너와 절교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난 항상 너의 목소리에 잠을 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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