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다르지만, 나는 그 기준이 ‘배우’이다. 주로 익숙한 배우, 혹은 전작의 배역이 잘 어울려 좋았던 기억이 있는 배우가 새 작품에 등장하면 챙겨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학기 중에는 극장에 갈 만한 기회가 잘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 보았던 영화가 있다. 라미란과 이성경 주연의 영화이다.

▲ ⓒ네이버영화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민원실에서 퇴출 1순위인 전직 형사 미영 역의 라미란과 현직 꼴통 형사 지혜 역의 이 성경은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올케와 시누이 사이다. 민원실에 사고접수를 하러 왔다가 도로에 뛰어든 여성을 목격하고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임을 알게 되지만, 경찰서 어느 부서에서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아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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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경찰이라는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걸캅스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청년 경찰과 비교하면서 논란이 됐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때에도 논란들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굳이 이게 논란이 되나? 싶었다. 여배우 두 명이 형사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소재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다른 영화와 비교하여 논란거리가 될 만큼은 아니라고 느꼈다. 재미로 보기 딱 좋은 정도의 영화였다. 라미란 배우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 역할에 익숙했었는데 주부가 아닌 직업 정신 투철한 형사 역을 연기한 점이 새로웠다. 영화 내에서 성차별, 디지털 성범죄, 마약 등을 다룬 점도 시대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나 그렇기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담으려던 내용은 좋았지만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다 보니 어느 한 가지 내용이 깊게 전달되는 느낌이 없어 아쉬운 기분도 남았다. 하지만 오락 영화로 가볍게 보기엔 좋았다. 남자가 여자가 중요하기보다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실적을 중요시하는 강력반 형사들도 나왔고 사사건건 주의를 시키는 까칠해 보이는 민원실장도 나왔지만,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 테고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현실성 있어서 두 주연배우의 열정 넘치는 모습이 빛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진하게 남은 여운이 처음 경찰서에 와서 신고하지 못하고 뛰쳐나가다 차도에서 사고당한 피해 여성이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설정인 데다 나에게도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만한 무서운 일이라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가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였던 것 같다.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더불어 여배우 두 명이 주연인 것에도 의미를 둘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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