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보다 더 강한 함께하는 시간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하나의 인격체로 형성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누구와 함께했는지’를 돌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 사람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시간’이라는 것이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시키는 가족의 역할에 크게 중요한 것인지 되물어 볼 수 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대답해준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네이버 영화

 

잘 나가는 건축가 료타는 아들 케이타의 명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의 소식을 듣는다. 어떠한 이유로 병원에서 부부가 낳은 실제 아들과 케이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6년간 키워온 아들 케이타가 아닌 ‘진짜’ 아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운 부부는 서로 바뀐 상대 가족과 만나지만 두 가족은 경제력부터 삶의 방식까지 너무 달라서 갈등상황에 놓이게 된다.

 

▲ 자신의 '진짜' 아들의 어린시절 사진을 받아보는 료타와 아내 ⓒ네이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어린 시절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상징적 상호작용 주의에 빗대어 볼 수 있는데, 자아(self)에는 생득적인 주체(I)가 있고 후천적인 객체(me)가 있다. 여기서 객체는 상징적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주체로서의 자아가 있으므로 완전히 전인격적으로 바뀔 수 없다. 케이타는 생득적인 주체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기질적인 모습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함께한 놀이, 대화, 교육 등이 객체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결국 ‘진짜’ 아들이 아니었던 케이타도 말이나 행동, 생활방식 등이 료타의 아들 케이타 ‘답게’ 자라게 된 것이다.

 

▲ 케이타가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난 후 함께 잠을 자는 료타 ⓒ네이버 영화 

 

“저쪽 집 아빠도 케이타를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아빠의 말에 “아빠보다 더?”라는 아들의 대답은 눈물을 흘리기 아깝지 않았다. 아들에게는 피가 섞였든 섞이지 않았든, 닮았든 닮지 않았든,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큰 영향력이 되는 것은 자신과 함께해온 아버지였다.

 

누군가는 “가족을 만드는 것은 본성이 아닌 역사”라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집단에서 상호작용으로 사회화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비로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족 공동체는 처음부터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해 문학적으로, 영상미학적으로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가족과 아버지의 의미를 보여주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가정의 달은 지났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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