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영화

 

 살아가면서 내가 하는 일들 꼬이거나 목표를 향해 노력했지만 아쉽게 닿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난 대체 뭘하고 싶은걸까" 라는 불안전하고 무감각했던 시간이었다. 이 영화를 최근에야 보게 됐지만 지난 날 끝없이 방황하던 나와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는 내가 함께 오버랩되는 것처럼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 영화의 이름은 <우드 잡>이다.

 

    ▲ 네이버 영화

 

 영화를 짧게 소개하자면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하루하루를 그저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히라노 유키.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여친에게도 이별 통보를 받은 그는 홍보 표지의 모델이 예쁘다는 이유로 산림관리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긴 여정 끝에 가무사리 마을에 오게 된다. 하지만 가무라리 마을은 휴대전화의 전파도 닿지 않는 끝없이 산이 이어진 곳. 히라노는 산에 대해 천재적 재능을 가진 벌목꾼 이다 요키의 집에서 식객 생활을 하며 임업을 하게되는 내용이다.

 

 영화는 역시 일어날 법 하면서도 영화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장면들과 뒤섞여 어떤 결말로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이 너무나 좋다. 최근 일본 사회를 빗대어봐도 일본에서 프리터(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여 사는 삶)족들이 많아져 지금 현재까지도 사회적 이슈가 많이 되고있는 부분이다. 한국도 역시 취업전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거나 살고 있는 일상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가 어떻든 내가 편해야 하는게 우선인 관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부끄럽지만 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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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일을 해볼까? 하고 시작한 계기도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지 홍보 표지 모델이 예뻐서 마음 가는대로 지원해버린 것. 하지만 표지 모델은 온데간데 없고 적당히 단단한 몸, 까무잡잡하고 얼굴은 언제나 성이 나있는 교관의 얼굴. 전혀 상상과는 다른 현실에 깊은 산 속에서 도망치려다 실패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나타난다.

 

 현 사회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20대 청년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당연하고 마땅히 할 일인데 당장이 두려워서 도망치고 방황하며 또 제자리로 돌아온다. 사실 내가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몇 번 부딪히고 깨지지도 않았으면서 한 두번 혼나고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다고해서 도망쳐놓고 '그래도 해봤으니까' 하며 합리화했던 내 자신이었다. 당연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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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전 여자친구에게 지금 하고있는 산림관리일에 대해 인터뷰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당황스럽지만 좋다고 대답하였고 마을 사람들도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러던 중 투박하고 몸이 힘든 노동과정에 대해 인터뷰 일행이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시비를 걸게 된다. 그것을 참지 못한 교관 요키가 화를 내려하지만 히라노가 카메라 메모리를 집어던지며 돌아가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있는 일의 대한 프라이드. 난 이것이 부족했다. 학기 중에서도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것. 그리고 부모님이 각각 한 직종에서 근 20~30년간 일해오셨던 것. 요인을 여러가지 분석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가 하고 있고 해왔었던 일의 대한 자부심, 긍지, 자존심을 히라노는 느꼈던 것이다. 힘들고 도망싶었음에도 하루하루 일하며 사람들과 정을 느끼고 노래를 부르며 버텨나가면서 프라이드를 쌓아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보는 입장인 것도 까먹은 채 부러웠다.

 

 임업이라는 것이 영화에서도 표현됐지만 사회적으로 선호받는 직업은 아니며 높은 나무에 올라가며 가지를 치고 베기도 하기에 안전하고 보장된 직업은 더더욱 아니다. 하나의 직업에 대해 내가 자긍심을 갖는 것은 높은 사회적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됨을 느꼈다. 그것은 누가 가져다 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배울 수도 없으며 훔칠 수도 없다.

 

 지금 현재의 나는 편한 것은 포기했지만 남들은 비록 원하지 않은 것일지 몰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을 찾았다는 것과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할 자신이 있다는 '프라이드'를 찾았다. 불안해도 좋다. 완전하지 않아서 더 좋다. 아직 우리는 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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