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 밸리의 군주론을 읽고

 사람들은 흔히 마키아 밸리를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부른다. 군주론을 이해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인 ‘결과이냐 과정이냐?’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에 대해 굉장히 인간 비판적인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군주가 더 나은 국가건설을 위해 대중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기꺼이 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들이란 본래 악하기 때문에 다정하게 대해주던가 아니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주 완벽히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자유와 인권의 개념이 널리 퍼져있는 현대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 마키아밸리의 기념비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마키아 밸리가 군주론을 집필한 목적과 배경을 알고 나면, 그가 왜 이렇게 주장했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살고 있었던 16세기의 이탈리아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대외적으로는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고 있었으며 국가 내부적으로는 여러 도시국가와 자치제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물론 공직 복귀라는 그의 개인적인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통일된 강력한 국가를 이탈리아에 건설하는 것이 군주론 집필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래서 강력한 국가 건설이 그가 주장한 군주가 이뤄내야 할 가장 우선시되는 목표였고, 이와 부딪히는 인간성과 도덕성 같은 심적 요인은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한 것이다. 그가 최고의 군주상이라고 뽑았던 ‘체사레 보르자’도 최 측에 있는 인물들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악랄한 통치자였지만 좋은 국가 건설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민중들을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마키아 밸리는 “군주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민중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군주의 악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민중의 마음 또한 얻어야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모순적이지만, 행위 후에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는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마키아 밸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군주는 소수인 반면에 민중은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국가 유지를 위한 민중 복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 군주론의 표지 (ⓒ위키백과)

 

 군주론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이단자, 배신자라고 불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책으로 써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많이 다르지만 이러한 그의 주체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모습일 것이다.

 나는 마키아 밸리를 절대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당시 사회에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으로 어느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 군주들의 실체적인 모습을 민중들이 알 수 있게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약 500년이 지난 요즘에도 보기 힘든 용기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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