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 영화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본 일본 영화를 세어보아도 3편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재일교포 감독인 ‘이상일’ 감독을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미스터리 영화의 대가여서 그런지 그의 영화에 조금씩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그의 영화 중 최고라고 손 꼽히는 영화 ‘분노’를 감상하게 되었다.

 영화 분노는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소설 ‘분노’를 영상으로 재해석하여 제작된 작품이며,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히로세 스즈’등 실력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며, 바다가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두고 있어 청량감 넘치는 영상미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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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개인주의 사회,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외지인, 동성애자, 성 노동자, 빚으로 인해 야쿠자에게 쫓기는 사람 등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하나씩 접목시켜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각기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살인자’라는 한 단어의 공통점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각자 주인공들의 연인은 무더운 여름의 도쿄에서 발생한 부부 살인사건의 범인과 매우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자신의 연인을 매우 사랑하지만 자신의 연인에게 왠지 모르는 불안감과 의혹을 가지게 된다.

 영화를 보며 나는 과연 내 연인이 ‘살인자’라면 끝까지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한 고민이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여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나 역시 공범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며, 또한 내가 나의 연인을 화나게 하거나 짜증 나게 한다면 자칫 잘못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경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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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현실은 때로는 나 자신에게는 영화의 제목처럼 ‘분노’로 다가올 수 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현실이 나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없다. 사람들은 수많은 감정을 느끼겠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분노’보다도 더 강렬하고 가장 와닿는 감정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한 사람을 믿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보다는 상대방을 완곡히 믿지 못하는 ‘불신’에 가까운 영화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상대를 믿지 못하고 배반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의 연인이 ‘살인자’였다면 어떻게 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들은 정말로 자신의 연인을 사랑하며, 그를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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