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선

전시장소: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전시기간: 2019. 04. 12. (금) ~ 2019. 06. 30. (일), 월요일 전시 없음
시 간: 10:00 ~ 19:00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9년 기억공작소의 두 번째 전시회다. 기억공작소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다. 기억공작소는 작가의 상상과 상상에 대한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기도 하다. 예술을 통해 소중한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그 기억을 오랫동안 지속해서 유지하고,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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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실에 들어서면 작가의 작품보다 그동안 작가의 그림과 글을 함께 펴낸 출판물들을 중심으로 전시해둔 작은 테이블이 있다. 전시해둔 작품을 보기 전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출판물을 골라 읽을 수 있다. 1998년도 자료집부터 최근까지 무수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 중에서도 `김태헌 2007 드로잉북`에서는 당시 작가가 본 뉴욕의 모습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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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을 지나 마주 보이는 흰색의 높고 넓은 전시실 벽면에는 딱 그림 1점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회 `놀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2015년 작품 `놀자`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익숙한 그림체, 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의 표지 이미지 일부를 고쳐 그린 그림이다. `놀자`가 적힌 깃발을 드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작가의 작품 활동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배우는 지식도 소비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우는 대개의 지식은 가치관과 실천적 삶이 분리되어 있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치장으로밖에 역할하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꼬집는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에서 작가의 태도로 알 수 있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생각은 곧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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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트인 공간을 향해 걷다 뒤로 돌면 작은 터널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의 벽면을 가득하게 채운 것은 김태헌 작가의 손에서 완성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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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벽을 가득 채운 작품들을 보며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독특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익숙한 피규어들이 작품과 함께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김태헌 작가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피규어도 작품에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즐겼다. 수 많은 작품을 천천히 둘러보면 `소니엔젤` 외에 다른 피규어들도 재료로 사용하여 속속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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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고대 철학자 장자(莊子)를 좋아해 자신 자신을 스스로 `놀子'로 칭하는 작가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노는 것`을 선호한다. 작가가 말하는 `놀자`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거닐며 돌아다니고 다양한 것들로부터 자신 안의 `나`를 건드리며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과 미술의 비가시성을 연결한 213점의 작은 그림들이 있는 이번 `놀자` 展 에서 관객은 기존의 관행적인 회화와는 다른 사실적인 만남에서의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우리 그림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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