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포토컨텐츠

▲ ⓒ오시연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요즘 되는 일이 없어서 우울하기만 하다. 세상에서 나 혼자만 성공을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만 웃을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오늘은 보내야 하는 파일을 엉뚱한 메일로 보내서 욕은 욕 대로 먹고, 정신은 정신 대로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안식처, 그리고 나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길이 보이니까 걷고 길이 있으니까 걸었다. 계속 걷다 보니 나무와 풀이 많은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나가려고 했을 때는 이미 골목 안으로 한참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걷는 것도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이냐며, 괜히 발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다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 ⓒ오시연

 

나무와 풀이 많아서 자꾸 발에 걸리다 보니, 앞을 보게 되었다. 눈앞에 펼쳐진 곳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나무와 풀 때문에 온 세상이 초록색으로 뒤덮인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걸으니까 오솔길 하나가 있길래 고민도 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걸었다. 한참 걷다가 길을 잘못 들었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늘에 탁자 하나와 의자 하나가 사이좋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뛰어갔다. 가니까 탁자 위에는 쿠키 몇 조각과 방금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편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편지의 내용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누군가가 칭찬해 주길 바란 게 아니라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이런 단순한 위로 한 마디가 필요했던 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길을 걷다 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나는 길을 따라 걸었고 결국 찾았다. 나의 몸과 마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평화를 찾았다.

 

*

 

“지금 이 편지를 읽고 계신다면 정말 오랫동안 걸어오셨군요. 오시느라 힘드시진 않았나요? 힘드실까 봐 커피 한 잔 준비했습니다. 이곳은 당신을 방해하는 사람도 화나게 만드는 사람도 없습니다. 커피 한 잔과 쿠키 몇 조각을 먹으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시면 됩니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편하게 쉬다 가십시오.

p.s. 이곳은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편지를 보고 있는 당신만을 위한 공간이니 마음 편히 쉬다 가셨으면 합니다. 지친 당신의 몸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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