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PR광고를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에는 각 단어마다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흔히 호랑이는 용맹함이나 카리스마를 나타내고, 여우는 잔재주나 꾀, 교활함을 상징한다. 이러한 단어의 상징적 이미지의 활용은 우리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들끼리 있을 때, 얼굴은 이쁘지만 행동이 이기적이고 교활한 사람을 보고 “저 사람 너무 여우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유적 표현을 듣고 “여우같다고? 그게 어떤 건데?”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돌잔치에서도 아이가 붓을 잡으면 ‘공부적 재능이 뛰어날 아이’, 활과 화살을 잡으면 ‘용감하게 자라날 아이’, 명주실을 잡으면 ‘장수하며 건강할 아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얼마나 널리 그리고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그래서 단어에는 힘이 있다. 단어가 내포하는 그 의미 하나만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전달할 수 있고, 한 단어만으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먹먹한 울림을 줄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 광고에서 키워드로 사용되는 ‘아버지’이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언제나 가족들 앞에서 웃어주시고 우리가 힘들어할 때면 항상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셨다. 그래서 나에게 ‘아버지’는 ‘기둥’이었다. 항상 듬직한 모습을 하시고 우리 가족이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주시는 절대 뽑히지 않을 버팀목이었다. 내가 성인이 되고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며 당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당신의 눈물을 보기 전까지는.

 

  ▶ ⓒ KB금융그룹 유튜브 캡처본

 현재 내가 배우고 있는 커뮤니케이션학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세상의 겉면은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구조와 역사를 반복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도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나 교수님, 내 주변의 친구들도 모두 사람이구나. 내가 어떤 일에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것처럼 그들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아버지’도 내가 생각한 것처럼 때로는 삶에 지쳐 괴로워하고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울기도하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영상에서 ‘아이’라는 단어가 ‘아버지’로 바뀔 때 느꼈던, 그 작은 변화 하나가 나에게 주었던 복잡한 감정은 절대 잊지 못한다.

 

 ▶ ⓒ KB금융그룹 유튜브 캡처본

 

 이 광고는 단순 기업의 PR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지는 ‘든든함’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우리 기업은 아버지만큼 여러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기업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보다 서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활용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고,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눈물을 흘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효과적인 광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단어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가 모여 만들어진 문장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도 할 수 있으며 희망을 가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단어를 배우고 이를 실생활에 사용하며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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