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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날은 유달리 일몰이 늦었다. 익숙하디 익숙한 골목을 지나 모퉁이를 지났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 모습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이질적이고, 묘한 분위기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 사람의 인영이 사람의 것 같기도, 귀신의 것 같기도 해서 한참이나 발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만 봤다. 그때가 황혼의 시간인 줄도 몰랐다.

발이 매인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있는 나를 천천히 지나친 그 사람에게선 또 그의 모습처럼 애매하고도 아련한 향이 났다. 맡아본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잠시 생각을 하다 불현듯 그가 지나쳤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지만 그 자리에는 마치 사람이 지나갔냐는 듯 황량하고 고요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3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엇갈림이었지만 나는 며칠을 그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는 그냥 길을 걸을 때도. 혹시나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그 사람이 또 나타나진 않을까, 섣부른 마음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괜히 마음만 울렁이게 했다.

 

"요즘 왜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다녀? 귀신에라도 홀렸어?"

 

귀신? 그건 귀신이었을까? 분명 내 옆을 스쳐갔던 건 기억하지만 그 사람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의 향, 그날의 분위기, 모든 게 기억났지만 왜 그 사람의 얼굴은 또렷하지 않은 걸까. 꼼짝없던 그 걸음걸이까지도 떠오르는데. 한숨만 폭폭 새어나왔다.

 

"수고했어. 들어가 봐~"

"안녕히계세요."

 

지겹고 흐릿하던 하루가 또 끝이 났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천천히 걸었다. 걷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해가 저물지 않았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모퉁이 뒤에서 나를 집어삼킬듯한 붉은 빛이 새나오는 것 같았다. 입술이 바짝 말랐는데도 침 한 번 묻힐 생각도 못했다. 쿵- 쿵- 북처럼 울리는 심장고동을 들으며 한 발짝씩 내딛었다.

 

"...아."

 

왠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있었다. 그 사람은 또 저 멀리서 천천히 미동없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황혼을 보고 더러 그렇게 부른다. 개가 다가오는지, 늑대가 다가오는지 분간할 수 없어서다. 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람일까, 귀신일까. 그것은 중요치 않아졌다. 그저 저 사람이 나와 같이 다가오는 이 순간에 나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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