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의뢰인

▲ ⓒ네이버 영화

인생 최대 목표는 성공인 ‘정엽’은 어느 날 부턴가 한 남매와 얽히게 된다. 아동 학대를 받고 있던 두 아이는 무관심한 세상에서 정엽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 합격한 바쁜 삶을 살고 있던 정엽은 아이들은 잊고 자신의 성공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며칠 뒤, 자신을 따라다닌 남매 중 막내, ‘민준’을 ‘다빈’이 죽였다고 자백을 한 사실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 남매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본 정엽에겐 믿을 수 없는 사실,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 정엽은 ‘다빈’의 자백이 거짓임을 밝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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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4년 5월에 보도 된 이 사건은 의붓어머니 임씨가 2013년 8월 의붓딸 A양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한 의붓 어머니는 A양의 언니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진술을 강요하게 하여 공범으로 기소되게 했지만, 추가 수사 과정에서 A양의 언니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밝혀진 사건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도 해 매 장면마다 화가 나기도 했고 새 엄마에게 맞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영화과 끝나고 난 뒤 나오는 자료에서는 2004년에는 아동학대가 10,000건이 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5,000건이 넘어가며 아동학대의 가해자들은 벌금, 집행유해가 끝이라고 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해자들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부모’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엄마라는 존재가, 부모라는 존재가 참 당연하고 나를 믿어주고 나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겐 부모라는 존재가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다빈이는 정엽에게 ‘아저씨, 엄마라는 느낌은 어떤 느낌이예요?’ 라고 묻는다. 우리는 엄마라는 이미지에서 다양한 느낌을 생각할 수 있다. 따뜻한 느낌, 고마운 감정 등. 하지만 이 아이들에겐 그럼 느낌, 감정들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늘 때리고 화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부모의 당연함을 느꼈던 나에게 내 태도를 반성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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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동학대를 하고 있는 엄마의 태도도 문제가 되지만 영화 중간 중간마다 나오는 이웃들의 태도가 더 화나게 한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아랫집에 살고 있는 가정이 윗집에서 맞고 있는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다른 사람 집이야,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애한테나 잘해“ 라고 하는 장면과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면서 ”또 시작이다, 또“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여기서 나는 ‘무관심’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었던 그 아이들에겐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관심한 사람들,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 없냐고 물어본 사람들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저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현재 우리는 옆집 사람의 얼굴도 모르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옆집 아이나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무관심 때문에 더욱더 상처받는 아이들이 바로 다빈이, 민준이와 같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던 아이들이였다. 이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일을 당하고 있는데 나를 때리는 사람이 우리엄마예요“ 라고 이야기를 해야하지만 사회가 무관심하기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면 무시를 하는 세상이기에.

영화는 우리에게 칠곡 계모 사건과 세상에 많은 아이들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엔 ‘무관심’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도 말해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제는 무관심의 힘이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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