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떠날 수 있는 권리

ⓒ네이버 영화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사람 모든 생명에는 마지막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닌 사람도 죽음 앞에서 사람은 모두가 동일하고, 한낱 생명을 가진 생명체일 뿐. 죽음은 누구에게나 겁나는 일이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스스로의 자살을 원한다. 존엄사,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 가치를 지키며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를 말하며, 한국에서도 2018년 존엄사 법이 합법으로 이뤄졌다.

아픔 앞에서는, 모든 게 무너진다. 하루 일과를 해낼 수 없고, 병원에서 삶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허리를 다치면서 병원에 2주정도 입원을 한 경험이 있는 나는 병원에서 보내는 삶이 얼마나 지루한지 하루일과를 보내는 것에 있어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 또한 적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아픔, 병 앞에서 사람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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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고, 스스로 걷고 먹고 생활하는 게 어려워졌을 때 삶을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또한 내가 늙어서 노인이 되었을 때 생활하는 게 어려워지고 병원에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병원에서 노인 분들이 많은 층을 지나다니면 산소 호흡기를 쓰거나,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노인들을 볼 때가 많았다. 노인들의 눈빛에는 활기참을 찾기가 어려웠다. 공허한 듯 맑은 그 슬픈 눈빛을 보면서 측은한 느낌과 슬픈 느낌이 들었었는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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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는 치매와 질병으로 인해 7년의 병원생활을 지내다가 삶을 거뒀다. 나는 할머니가 치매가 심해져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병원 생활의 끝 무렵에는 나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할머니가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눈빛으로 나를 향한 사랑과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또한 병원에 있으면서 할머니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내가 볼 때,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꼭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준 자기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아 할머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더 이상 수치스러운 감정을 담은 서글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될 편안할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7년 동안 병원에 누워있던 할머니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할머니는 아마 너무 괴로웠다고 말할 것이다. 할머니와 병실을 함께했던 할머니들도 괴로웠다고 말할 것이다. 가족들은 나만을 바라볼 수 없고 그들의 삶을 살아야하는 것을 알지만, 병원에서의 하루는 밖에서의 하루보다 너무나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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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존엄사는 의식이 없는, 그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뤄지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자식들 앞에서 자살을 하겠다는 주인공을 처음부터 응원했다. 나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응원하기도 했고, 미래에 노인이 될 나를 생각하면서도 응원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더 이상 나의 할머니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나처럼 아마 영화 속 주인공의 딸도 나의 엄마가 더 이상 삶 앞에서 괴로워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슬픔이 함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마음 속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나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을 나는 한 번 더 응원하며,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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