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츠展

▲ ⓒ우혜정

공휴일을 맞아 무료하게 있는 것보다 밖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구 시립 미술관에서 ‘알렉스 카츠 展’을 보러 갔다. 꽤 깊은 곳에 미술관이 있어서 산길을 걸었다. 하지만 전시는 그곳으로 가는 힘든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 ⓒ우혜정

단순하면서 원색적인 색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일러스트 같기도 했다. 인물화가 매우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큰 캠퍼스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각각 다른 그림을 채워나간 것이었다. 통일성이 있지만, 분리된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카츠는 바다 그림도 매우 많이 그렸다. 바다를 보면서 진짜 바다를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했다. 그림만으로 시원했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면 모래사장에 앉은 사람들. 단순하지만 깊은 현실감을 주었다. 그림을 홀로 공감했다. 그림의 선과 질감도 좋았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크게 휘두른 것 같은 붓질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림들을 보면서 어떤 붓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라는 궁금증도 가졌다. 그 궁금증은 카츠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전시한 <5시간>이라는 작품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했다. 벽에 페인트를 할법한 크고 두꺼운 붓으로 큰 틀을 잡아 그린다. 그 후 세밀한 터치는 붓의 얇은 면으로 한다. 내가 어려서부터 봐온 그림 그리는 모습과는 사뭇 상반됐다. 물론 작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었겠지만, 시원시원한 그의 붓질은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 ⓒ우혜정

집에 돌아와 카츠의 그림에 나는 왜 공감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림의 대상이 특별하면서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자신의 가족, 지인, 자연들이 담겨있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본인에게 가장 특별한 것을 그렸기에 내가 더욱 그의 그림에 쉽게 공감했던 것 같다. 추억 일부를 그림으로 간직한다는 것. 쉽게 놓칠 수 있던 것을 그려내는 것 바로 ‘알렉스 카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우혜정

작품들을 보면 일반 그림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는데, 바로 멀리서 바라보기보다는 그의 시선으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부분을 확대해 그린 그림이다. 인물화를 생각하면 모나리자 같은 것들을 생각할지 모른다. 카츠는 자신의 시선에서 사람들을 재해석했다.

▲ ⓒ우혜정

그림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컷아웃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앞면과 뒷면은 구분이 명확한 것도 있었고, 모호한 것도 있었다. 전시를 보기 전 보았을 때는 딱히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그림들을 보고 나온 후에 본 그것은 또 달랐다. 큰 그림이 아닌 조각난 그림들. 통일성이 있고, 입체적이며 독특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이 그렇게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서울에서도 전시하고 있어서 그런지 서울에 좀 더 많은 그림이 전시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대구에서 하는 전시 중에 가장 볼만했고 나의 취향에 맞았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서 ‘알렉스 카트 展’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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