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은 하루

 3년 전 고등학교 친구와 단둘이 오사카와 교토를 왔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오사카에 이어서 교토를 가게 되었다. 사실 제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오사카도 오사카지만 교토는 정말 일본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도시이기 때문에 설레었다. 수많은 골목들과 거리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교토를 사람들이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교토를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교토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색감과 냄새가 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 때문에 가고 싶어하고 갔다 와서도 계속 생각나고 아쉬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전수빈 - 기온거리

 유명한 기요미즈데라 거리를 갔다. 우리 숙소는 오사카 난바역 근처에 있었고 교토역까지 가는 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렸었던 것 같다.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서 갔다. 친구들과 길을 찾으면서 갔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글 지도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들을 아주 잘 알려주는 데 왜이렇게 찾아가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의 벽을 깨보기 위해 내가 앞장서서 길을 찾아 나서 보았다. 힘들긴 했지만 결국 도착했다.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날씨도 최고였고 특유의 교토 냄새도 최고였다. 나는 교토를 가서 몰랐던 내 취향을 알게 되었다. 찻잔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 예쁘게 구워진 도자기부터 시작해서 유리 등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컵과 그릇들이 나를 유혹했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날 유혹해서 먹긴 했지만 그 외에는 잔들을 구경하기 바빴다. 그리고 결국 선물용 두 개와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잔을 수저와 함께 샀다. 가장 뿌듯한 소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로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내 취향. 그 잔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고 어떤 정신으로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잔에서 느낄 수 있었다. 걸어다니기만 해도 좋았던 기온거리. 행복했다.

▲ ⓒ전수빈 - 장어덮밥과 소바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청수사와 마주치게 된다. 올라가는 길에 꽤 땀이 났지만 재밌었다. 그렇게 유명한 청수사를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맛있는 장어덮밥과 소바를 먹었다. 메인요리가 소바인 집이었다. 장어덮밥을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쉬운 대로 소바를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많은 구경을 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물론 숙소가기 전 ‘편의점 털이’는 필수였다. 그리고 야식을 다 먹은 뒤 새벽의 이자카야는 환상적이였다. 난생 처음으로 사케를 먹어봤는데 원래 사케가 이런 맛이었나. 너무나도 충격적인 맛이었다.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매실사케를 마셔봤는데 내가 생각한 달달함의 매실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맥주를 먹는 친구가 부러울 수가 없었다. 새삼 생맥주가 정말 맛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이것또한 경험이고 추억이 될테니.

▲ ⓒ김설이 - 교토 기온 거리

 언제 또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올 수 있을까. 다시 개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았는데 맞다. 많이 생각난다.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고 가지고 있던 고민들에 대한 해답도 찾았다. 재방문했지만 절대 재방문한 것 같지 않았던.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또 가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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